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9월 27일 영화 <도망친 여자>


홍상수 영화 <도망친 여자>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독특하고 남다른 특징이 있는 것 같은데, 콕 집어서 그게 이거다, 하고 말씀하신다면?!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 기막힌 반전이나 영화다움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영화관에 가는 이유가 뭐냐, 물으면 크게 셋 가운데 하나: 1) 시간 죽이기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어서) 2) 남들도 봤으니까 (천만 관객 신화가 만들어지는 이유) 3) 일상을 넘어서는 무엇인가 구하기 (영화만의 독특한 장르적 구현 구하기) (본디 4)가 중요: 뭐가 문제야?! 나다움 찾기, 자신만의 영화미학과 출구 찾기)

그런 점에서 홍상수 영화는, 영화는 이래야 제맛이야, 하는 대중성과 작별

끈질기게 자신만의 고유한 영화미학을 장기간에 구현하는 인내 혹은 끈질김 (자본과 능력?!)


2) <도망친 여자>에도 예의 홍상수만의 고유한 특징이 나타나 있는가?! 일단, 영화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결혼 5년 만에 주인공 감희가 남편에게 놓여나 (출장) 그녀가 알던 세 사람을 사흘 동안 만나는 장면으로 구성. 그녀는 문자 그대로 결혼생활 5년 동안 단 한 번도 바깥나들이를 하지 않았음! 이유: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거야.” (감희의 남편 주장 혹은 생각) 그래서 다른 여자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자신이 잘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이야기라 할까?!


3) 감희가 만나는 여인들의 삶은 어떤 양상으로 그려지는지, 그것도 적잖게 궁금한데요?!

첫 번째 여성은 남편과 이혼하고 살아가는 중년 여성 순영. 그들 관계는 기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음. 두 번째 여성 수영은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는 골드미스. 자유로운 연애 지상주의자이지만, 자신의 평판에 흠이 될만한 관계는 한사코 피하는 여인. 세 번째 여인 우진은 남편의 다변에 질려버린, 남편의 진정성에 깊은 의구심을 가진 여성 -> 감희의 남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남성들!


4) <도망친 여자>에 나오는 남성들은 홍상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찌질남’들이라면서?!

그렇다. 홍상수 영화의 남성들은 대개 교수, 강사, 화가, 건축가, 연극배우 같은 전문적인 지식인이자 소심한 인간들. <도망친 여자>도 예외는 아니다. 연극 연출가로 그냥저냥 살아가는 순영의 전남편. 그보다 더 악화한 형태의 인간이 수영의 한때 연인인 20대 후반 열혈시인 “저한테 수치를 주셨잖아요?!” 초인종을 누르고 그가 반복하는 말! 욕을 들어먹고 사라지는 찌질남. 우진의 남편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작가. 그는 북콘서트를 진행할 정도로 유명한 인물. 하지만 우진이 보기에 그는 말만 많은 쭉정이 남편. 한때 그와 애인이었던 감희가 그에게 한 마디 “왜 그렇게 말을 많이 하세요?! 말이 그렇게 많으면 누가 믿겠어요?!”


5) 그렇다면 홍상수는 왜 이런 <도망친 여자> 같은 빤한 영화를 만들고, 관객은 왜 이런 영화를 보고, 베를린 영화제는 왜 2020년에 은곰상을 주었는가?!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 한국 사회를 포함한 세계 전역의 남성 지식인 부류가 가진 이중성 혹은 이율배반성을 폭로 (그럴 듯 하지만, 내용은 없는! 허울만의 권위나 의지)

한때는 시대를 선도하고 이끄는 주축으로 보였으나, 본질적으로 기생적인 집단 아닌가?!

두 번째, 인생에 내재한 본질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반복 아닌가, 하는 점을 강조.

일상 그것도 진부하고 찌질한 일상의 되풀이 속에서 우리 삶은 가까스로 연명 혹은 유지

세 번째, 그런 남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의 불가피한 답답함과 언짢음

이런 면면이 어쩌면 21세기 세계의 본원적인 특징이 아닌가, 즉 영웅도 영웅성도 부재하고, 그것들이 이미 불필요한 자잘한 세계가 일상화된 것은 아닌가?! 그런 본질을 영화마다 다각도로 포착하기 때문에 작년 2020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 수상?!


6) 시간이 되면?! 홍상수와 김민희 얘기가 많은데, 어찌 생각하는가?!

<x의 즐거움>이란 책이 있다. 거기서 나오는 공식 하나: 2분의 x 더하기 7!

홍상수 (60년생) 62세 김민희 (82년생) 40세 -> 31 더하기 7 = 38

이제 그들을 자유롭게 놓아주면 좋겠다! 남이야 전봇대로 이를 쑤시든 말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