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인문학
10월 25일 영화 <동백>

* 영화 <동백>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영화 제목이 상당히 서정적인데, 실제 영화 내용도 서정적이고 따스한가?!
그렇지 않다. 나이 든 분들은 이미자 가수의 <동백 아가씨>를 기억할 것!
기다리다 지쳐서 가슴에 한이 서린 여성의 아픈 심사를 담아낸 노래
실제로 동백꽃은 무궁화꽃처럼 모가지가 툭툭, 떨어지면서 진다! (비교: 벚꽃)
영화는 동백꽃으로 유명한 오동도가 있는 도시 여수의 국밥집 ‘동백식당’이 공간
사건이 진행되는 시간은 2020년 (그런데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은 듯!)
2) 듣고 보니 <동백>에서 다뤄지는 사건과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된다?!
<동백>은 한국 영화사에 오래도록 기억되고 기록될 영화
->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지점 가운데 하나인 여순사건을 다룸
-> 1946년 10월 대구 폭동 -> 1947년 4월 3일 제주 4.3 사건
-> 1948년 10월 19일 여순 사건 (이 세 가지 사건이 우리 현대사의 가장 아픈 지점)
동백식당에 삼대 등장: 황순철, 황남식 (며느리 순자), 황귀태 이들을 둘러싸고 사건 전개
3) 그렇다면 무슨 심각한 갈등이나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지는 장면은 없을 듯!
여기에 느닷없는 등장인물이 개입: 투자전문회사 대명 그룹 회장 장연실 등장
장연실의 아버지 장태식과 동백식당 주인이자 팔순을 코앞에 둔 황순철의 악연
여순 사건의 핵심은 제주 4.3에 가담한 민간인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은 여수와 순천의 국군 14연대 병사들이 항명한 것에서 시작 “비무장 민간인인 우리 국민을 죽일 수 없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이것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군대 파병하여 14연대와 여순지역을 초토화
당시 장연실의 아버지 장태식은 14연대 병사로 황순철의 부모가 경영하는 동백식당에서 국밥
얻어먹고 옷도 얻어입고 하다가 토벌대에 생포 -> 누가 주었느냐 (총살형)
4) 그러니까 장연실의 부친 장태식은 살아남아 서울에서 유수의 대기업을 경영하고, 황순철의 아버지는 여순 사건 당시 총살형?!
영화에서 인물들의 운명이 가장 엇갈리는 지점이 거기! 평생 빨갱이 자식으로 몰려 고통받은 황순철과 그런 아버지 때문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도 번번이 떨어져야 했던 황남식 (연좌제) 부자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남 (여순 사건 가담자들의 아버지들도 빨갱이로 몰아서 총살하는 ‘백두산 호랑이’의 발언: “아들이 빨갱이면 부모도 빨갱이다! 다 죽여야 해!”
그런데 현장에서 도주한 장태식은 서울로 가서 대기업을 일으켜 성공한 인생살이
-> 그러나 그의 가슴 속에는 평생 황순철의 아버지에 씻지 못할 죄의식과 부채의식
-> 그것을 갚고자 장연실이 ‘동백식당’에 거금 투자 의향 -> 가족의 갈등
5) 영화 <동백>에 오랜만에 박근형 배우가 등장해서 화제라고 들었는데, 어떻든가?!
박근형 배우는 1940년생 -> 올해 만으로 81세 -> 놀라운 투혼을 발휘하며 연기
영화가 전체적으로 연극의 분위기를 물씬 풍김 -> 영화관이 아니라, 극장에 있는 느낌
-> 다른 배우들이 대체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고, 대사와 행동이 연극배우 느낌
오직 박근형 배우만이 참 열연하시는구나, 노익장의 모범을 보이는 놀라운 연기 선보임
6) 제주 4.3 사건과 여순 사건을 다룬 문학과 영화가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가?!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로 <지슬> (2013), 소설은 현기영 선생의 <순이 삼촌> (1978)
-> 이 소설로 현기영 선생은 안기부에서 모진 고초를 겪음
여순 사건은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에서 다뤄짐
재일교포 작가 김석범 선생이 ᅟᅦᆽ주 4.3과 여순 사건을 다룬 대하소설 <화산도>
따라서 영화 <동백식당>은 지난 7월 20일 국회를 통과한 <여순사건 특별법>과 맞물려 우리의 뼈아픈 현대사의 한 대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11,131명의 희생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