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10월 4일 영화 <아버지의 길>


영화 <아버지의 길>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아버지의 길>은 세르비아 영화인데 영화감독과 세르비아라는 나라를 소개해달라.

슬로단 고르보비치 감독은 1972년에 유고슬라비아에서 출생. 그동안 <빗나간 과녁>, <트랩>, <서클즈> 같은 영화를 연출. <트랩>으로 서울 충무로 국제영화제 대상, <아버지의 길>로 2021년 제70회 베를린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 (남슬라브인들의 땅: 유고슬라비아)

유고슬라비아에서 출생한 감독이라 했는데, 유고슬라비아는 1929년부터 2003년까지 존속

-> 2차 대전 중에는 요시프 티토를 중심으로 저항운동 -> 1945년에 사회주의 인민공화국

-> 1980년 요시프 티토 사망 이후 민족분규 시작 (민족과 종교가 복잡하게 얽힌 나라)

-> 1991-92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북마케도니아 분리-독립

->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연방 창설

-> 2006년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분리-독립 (유고슬라비아 한 나라가 여섯 나라로 분리)

-> 수도는 베오그라드 (하얀 도시), 면적은 7만7천 (대구-경북 제외 면적), 인구는 870만


2) 영화의 원제가 ‘아버지’인데 수입사에서 이름을 바꿨다고?!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기 전까지 나라의 공용 언어가 세르보-크로아티아어인데, 영화 제목은 ‘otac 오타쓰’이다. 러시아어로는 ‘otec 아쩨에스’니까 조금 비슷하다. 참고로 슬라브어에는 동슬라브어, 서슬라브어, 남슬라브어 세 가지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백러시아어가 동슬라브어, 폴란드어 체코어가 서슬라브어, 세르보-크로아티아어 불가리아어가 남슬라브어)

영화의 전개 과정과 결말을 보고 수입사가 <아버지의 길 put otca>로 바꾼 듯!


3) 영화 <아버지의 길>을 보지 못한 분들이 많을 텐데,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주인공 니콜라는 아내와 두 아이의 아버지. 비정규직 노동자로 극심한 가난에 시달림.

어느 날 아내가 임금을 체불한 사업장에 찾아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시도

-> 아내는 입원, 사회복지과 센터장은 충격 완화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위탁부모에 넘김

-> 수도와 전기, 페인트칠하면 아이들을 돌려보내겠다고 하지만 약속 미이행

-> 실제로는 사회복지과 센터장이 아이들을 돈 받고 위탁부모에 넘긴 것

-> 300킬로미터 떨어진 베오그라드까지 도보로 가려는 아버지 니콜라


4) 실제로 아버지 니콜라는 베오그라드까지 300킬로미터를 걸어서 가는 겁니까?!

그렇다. 그래서 영화는 전형적인 로드무비 형식. 가는 길에 니콜라는 여러 가지 인상적인 상황과 사건에 직면 -> 이것이 객석에 흥미와 눈물 전달 -> 첫날밤에 들어간 폐쇄된 주유소에서 함께 밤을 보낸 개 (로드킬) -> 거리를 떠돌다가 객사한 개와 니콜라의 공동 운명체

-> 야산에서 만난 들개 몇 마리와 신경전을 벌이는 니콜라 (긴장과 두려움)

기아와 탈수, 고열로 길에서 쓰러진 니콜라 -> 병원에 이송 (거기서 만나는 노인의 이야기: 4명의 아들 -> 아버지 병원에 입원시키고 행방 묘연, 연락 두절 -> 그래도 결혼 피로연 개최)

-> 베오그라드 인근에서 니콜라를 태워주는 트럭 운전사 (가족과 희망이 당신을 버려도 신을 믿어야 한다는 신앙심의 소유자) -> 결국 5박 6일 동안 300킬로미터 주파하는 니콜라

복지부 장관을 만녀려 하지만 만날 수 없는 니콜라의 노숙 시작 (일종의 시위) -> 언론보도 (시민의 식사제공과 오열하는 니콜라: 어쩌다가 이렇게 처절한 형국을 맞은 것일까!)


5) 영화에서 니콜라가 맞이하는 결말은 행복한가요, 아니면 여전히 암담한 미래인가요?!

상당히 희망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복지부 차관과 만나서 위로와 약간의 돈을 받아 초콜릿 사고 버스로 고향 마을에 도착 -> 아이들 면회 요구 -> 가까스로 만남 -> 아내도 회복 단계.

그런데 자기 집의 모든 가재도구가 탈취된 상황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프랑스인 여주인공 부불리나가 죽자 가재도구 약탈하는 크레타 주민들 연상시킴) -> 니콜라는 이집 저집 다니면서 잃어버린 가구들을 하나둘씩 찾아다가 빈방을 채워나감 ->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

식탁과 의자 네 개를 갖추고 나서야 비로소 빵을 먹기 시작하는 니콜라 (4개 의자와 네 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