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1월 24일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페터 비에리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인데, 소설과 영화의 관계 그리고 작가와 감독에 관한 이야기부터?!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처음으로 영화를 만든 이후 문학이 영화로 변신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의 30%가 문학 (소설, 희곡, 장편 서사시) 텍스트

성공한 소설의 80%가 영화로 제작 (요즘엔 성공한 만화도 영화로!)


페터 비에리는 1944년 스위스 베른 태생 (하이델베르크 대학 철학박사)

-> 하버드, 버클리, 베를린 자유대학 연구 <- 마그데부르크 대학과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

-> <리스본행 야간열차>, <페를만의 침묵>, <피아노 조율사>, <레아> 장편소설


빌 어거스트: 1948년 덴마크 출신 1993년 <영혼의 집> (칠레 군부독재 다룬 명화), <정복자 펠레> (1987 황금종려상), <최선의 의도> (1992), <레미제라블> (1998), <굿바이 만델라> 

리암 니슨 (장발장), 제프리 러쉬 (자베르), 우마 서먼 (팡틴), 클레어 데인즈 (코제트)


2)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첫 번째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이고 아름답다고 하는데, 그런가?!


시작이 절반이란 말도! 영화 첫머리는 중요 -> 이 영화 첫 장면은 강렬하고 잊을 수 없음

베른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그레고리우스가 우중에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여자 구함 

여자는 수수께끼 같은 숫자를 그의 이마에 적고, 붉은 코트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짐 

그녀의 흔적을 따라 책방에 들렀다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포르투갈 책과 조우

뭔가에 홀린 양, 미지의 인물을 찾아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는 그레고리우스


이런 정도의 시작을 가진 영화는 많지 않음 ->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정도


3)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의 공간은 스위스의 베른과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떠도는가?!


주머니에 <언어의 연금술사>를 넣고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은 그레고리우스

비 내리는 베른과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는 대서양의 리스본 – 이질적인 공간 대비

동시에 영화 속에는 또 다른 시간이 예비 (액자영화 형식)

1970년대 포르투갈의 철권통치자 살라자르 집권 시기 – 그 시기의 청춘 3인 등장

아마데우 (판사의 아들, 의학), 그의 친구이자 약사 조르주 + 스테파니아 -> 갈등

당대 정치지형에 저항하는 아마데우와 순종하는 조르주 


“독재가 현실이라면 혁명은 의무다!” (아마데우 묘비명)


4) 아마데우와 스테파니아의 관계에서 제시되는 사랑을 바라보는 태도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오직 너와 나만이 새로운 세계로 갈 거야. 나는 책을 쓰고, 너와 나만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창조할 거야. 가능하면 멀리 강을 따라 올라갈 거야. 과거로 그리고 미래로, 마지막의 맨 처음으로.” -> 체포와 고문과 투옥이 없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자!


그들이 가려는 곳은 피니스테레 (Finisterrae 세상의 끝) - 스테파니아의 질문 “난 뭘 하지?”


사랑하는 그들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자유와 독립성

함께 있었지만, 따로 있었고, 따로 있었으나, 하나였던 그들! (의지처를 자신의 내부에서 찾은 당대 청춘들의 초상, 특히 여성 스테파니아의 자유의지 돋보이는 장면)


5)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매력적인 까닭은 원작소설의 잠언과 단상이 객석을 매료하기 때문?


<차라투스트라>처럼 페터 비에리의 삶에 대한 통찰과 기막힌 글솜씨가 매혹적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향방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은 아니다. 

사소한 것이 인생을 바꾼다.” 우리 삶에 작용하는 사건은 사소한 것! (극적 – 결정적?)


“우리는 어떤 장소를 떠날 때 무엇인가를 뒤에 남기고 가는 것이어서 

우리의 무엇인가는 거기 계속 머문다.” 이런 대사는 <주역> ‘계사편’ 연상


무평불피 무왕불복 (언덕배기가 없는 평지는 없고, 가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는 것은 없다)

-> 불가의 연기설, 인연설과 깊이 연결


6)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그려진 대서양의 공간에서 느끼는 바가 아주 깊고 크다고?!


대서양의 거대한 절벽과 거기 부서지는 대양의 포말 그리고 장쾌하게 열려 있는 창공

영원(성)으로 열린 바다와 창공이 제시하는 미지의 세계와 깨어있는 자의 통찰 

-> 한반도 남단의 섬처럼 갇힌 답답한 공간 

-> 섬에서 살면서 섬을 의식하지 못한 채 꼬물거리는 군상 (이해관계와 권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