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12월 27일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드라이브 마이 카>는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로 알려져 있는데, 곡진하게 설명!

2014년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단편 <드라이브> 각색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의 30% 정도가 문학작품, 특히 소설 원작

성공한 소설의 80% 정도가 영화로 만들어짐 -> 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성

이창동의 <버닝>과 트란 안 홍의 <상싱의 시대> 역시 하루키의 소설 각색

<드라이브>는 2021년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 뉴욕에서 개최된 고담 어워즈 ‘외국어영화상’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스파이의 아내> 각본으로 제77회 베네치아 영화제 감독상


2) <드라이브 마이 카>는 상당히 길고 복잡한 영화라고 하는데, 짧게 소개해주면 좋겠다!

상영시간이 179분 (3시간) - 지루함 같은 걸 느낄 겨를 없는 기막힌 연출-대본

영화가 복잡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영화의 줄거리와 주인공 가후쿠의 이야기가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바냐 외삼촌> 연출-공연과 맞물려 있기 때문!

영화 곳곳에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바냐 외삼촌>) 장면이 겹쳐지고, 자동차

실내에서 <바냐 외삼촌>의 대본이 녹음테이프로 가후쿠의 육성과 맞물려 제공


3) 안톤 체호프의 장막극 <바냐 외삼촌> 이야기를 했는데, 영화와 직접 연관이 있는가?!

우선 <바냐 외삼촌>은 나의 석사학위 논문과 직접 연관

‘남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외삼촌>의 주제 연구’가 석사논문 제목 – 남다른 감회

가후쿠는 정말로 금슬 좋은 부부로 배우이자 연출가로 살아가다가 아내의 외도 목격

얼마 후에 아내가 병사하고, 자신은 히로시마 연극제 감독으로 초청 - <바냐 외삼촌> 연출

그곳으로 문제의 배우 다카츠키가 오디션을 보러 오면서 사건이 복잡하게 얽힘

또 하나의 문제 인물은 아프고 복잡한 사연을 가진 여성 미사키 (연출가 전속 운전기사)


4) <바냐 외삼촌> 연출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점이 적지 않다고들 평가하던데, 어떤가?!

<고도를 기다리며> 가후쿠의 연출에는 외국 배우들과 외국어 대사가 섞여 있어 놀라움

공연장 뒤편에 자막이 나오는데, 그곳에 일본어나 영어, 한글까지 동원

영화 속에 영화가 아니라, 영화 속에 연극이 나오는 것도 흥미로운데, 그 연극에

일본인, 한국인, 대만인에 수어로 연기하는 배우까지 등장하므로 끈기 있는 관객 필요

드물게 외국인 배우들이 국적이 다른 영화에 출연한 일이 있지만,

<드라이브>에서처럼 다채로운 국적을 가진 배우들이 등장하는 한중일 영화는 없다!


5) <드라이브 마이 카>가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던가?!

아내를 사랑한 젊은 배우가 지원한 오디션에서 그를 주인공 ‘바냐 외삼촌’에 발탁

자신은 과묵한 운전기사 미사키와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면서 상호 이해에 도달

기실 영화는 가후쿠와 미사키가 어떻게 아내와 엄마와 작별하고 그리워하는지 그려냄

아내의 외도에 눈을 감아버리고 위기를 그냥 흘려보낸 남성 가후쿠의 격정토로

엄마의 학대와 학대 이후의 따사로운 애정에 휘둘렸던 어린 미사키의 고통과 상처

“우리 이따가 이야기 좀 해!” 하는 아내의 말을 외면한 가후쿠 (아내 상실 두려움)

산사태가 일어난 집에서 혼자 빠져나와 아무런 연락도 엄마도 구하지 않은 미사키

그들을 이어주는 것은 망자에 대한 죄책감과 용기 없음, 그들을 향한 그리움


6)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세 시간의 여정과 결과가 궁금하다!

<바냐 외삼촌> 마지막 장면은 사랑도 삶의 의미도 없이 살아가야 하는 소냐의 독백

-> 바냐가 47세, 소냐가 24세이므로 남아있는 고통의 절대량은 소냐가 압도적으로 많다!

-> 그런 소냐가 바냐를 위로하는 대사가 일품 (그걸 수어로 연기하는 한국배우)

핵심은 그래도 우리는 삶을 끝까지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나면 하느님이 우리를 동정-위로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삶이 주는 시련과 고통을 견디며 묵묵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전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