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22. 1월 18일 책 <지바고 의사>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 <지바고 의사>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영화도 소설도 <닥터 지바고>로 부르는데, <지바고 의사>?! 소설 출간 관련 이야기는?!

한글 놔두고 굳이 영어로 표기할 이유는 없다! 원작 제목은 <독토르 지바고>!

<의사 지바고>라고도 하는데, <교수 김 아무개> 이런 표현이 우리말 어법에 어긋남

무원칙하게 영어 제목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일종의 문화사대주의 아닌가?!

<Once upon a time in America> -> <Es war einmal in Amerika> (Germania)

-> <В прошлом в Америке> (Россия)

1953년 3월 5일 악명 높은 스탈린 급서 -> 해빙기 + 스탈린격하운동 (1956), 이 시기

파스테르나크 <지바고 의사> 집필-완성 -> 출간 확신 -> ‘소련작가동맹’ 출판 금지 <- 사회주의 10월 혁명과 소련 인민 중상모략 -> 1957년 이탈리아 출간 -> 1958년 18개 국어 출간


2) <지바고 의사>는 출간과 더불어 노벨상 수상과 영화 제작으로 화제가 되었는데, 어떤가?!

당시 미국과 유럽에 드리워진 동서냉전 그림자 (매카시즘 + 한국전쟁 후유증)

-> <지바고 의사>의 혁명과 소련 지도부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서구의 관심 -> 스웨덴 한림원 195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 결정-발표 -> 소련당국 1. 수상과 출국 이후 입국 금지, 2. 수상 거부와 국내 잔류 <- ‘소련작가동맹’은 파스테르나크 제명 결정 (수상과 무관)

1965년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린 감독, 할리우드의 전폭적 지원 영화화

그때 제목이 <닥터 지바고> 그리고 유명한 영화음악 <라라의 테마>가 탄생


3) 소설에서 파스테르나크가 다루는 시공간이 문자 그대로 러시아답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러시아 면적은 1,710만 제곱킬로미터! (한반도는 22만 제곱킬로미터: 78배, 남한의 170배)

니콜라이 1세가 방문한 갈리치아 전선 (오늘날 폴란드와 루마니아 몰도바 사이),

볼가강, 모스크바, 우랄산맥의 유랴친과 바리키노, 극동의 시베리아까지 등장 – 러시아 전역

1901년 유리 지바고 10살 (라라 12살, 그녀의 미래 남편 파벨 11세) 이야기 시작

1905년 1차 러시아 혁명과 러일전쟁, 1914년 1차 세계대전, 1917년 사회주의 10월 혁명, 1918년부터 20년까지 적백내전, 21년부터 28년까지 신경제정책, 그리고 1929년 지바고 사망 ->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2차 대전과 스탈린 사후까지 (적어도 50년 이상 시간대)


4) 흔히 <지바고 의사>에서는 라라와 지바고의 사랑이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알고 있는데, 그들의 사랑이 이른바 불륜이라고?!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 영향 때문인지 ‘불륜’을 말하는 학생들도 적잖다! 그런데 불륜을 다룬 소설이 출간 즉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뭘 말하는가?! 생각의 전환이 필요!

영화는 오마 샤리프(지바고)와 줄리 크리스티 (라라), 제럴딘 채플린(토냐)의 삼각관계에 초점

작가는 사회-정치적 격변기에 양심적 지식인-자연과학자이자 시인인 지바고의 내면 토로에 근거한 역사적 사유와 평가에 중점 – 여기서 라라와 지바고의 동지애적 관계가 중요

(역사적 전변에 관한 두 사람의 평가는 자주 나오지만, 토냐의 견해는 부재)

지바고 “마르크스주의의 폐쇄성과 사실 왜곡, 진리에 냉담한 태도에 실망. 구호로 시대를 인도하려는 지도부 비판 – 미래의 새벽, 인류의 등불, 새로운 세계 건설” -> <1984> 구체화

라라 “모든 사람이 한목소리로 살아가는 시대가 왔다. 외부에서 강요된 관념으로 살아가는 시대가 왔다. 자신의 도덕성에 따라 행동하는 시대가 지나갔다.” -> 유신-5공 시대의 전체주의


5) 등장인물 가운데 라라의 남편 스트렐리니코프가 영화에서 악랄하게 왜곡-편집됐다면서?!

<지바고 의사>에서 정말 나쁘게 그려진 인물은 없다! 동서냉전 시대의 영화가 악랄하게 편집

파벨 (파샤) 안티포프가 좋은 본보기: 실업학교 -> 인문대학 -> 교사 -> 사관학교

-> 세계대전 참전과 혁명 그리고 빨치산 전사 -> 나중에 자살

자신보다 훨씬 윗길에 있던 여인 라라를 향한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6년에 걸친 이별과 가혹한 자제의 시간을 견뎌낸 지고지순한 인간 파벨 안티포프 -> 사랑의 미완성과 절대 순수의 영혼을 가진 인물 -> 권총 자살 (밤새워 지바고와 혁명과 사랑을 논하고 난 다음)

문학 원작보다 잘 만들어진 영화를 찾기란 티라노사우루스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