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6월 13일 영화 <원스>


* <원스>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원스>는 잘 알려진 음악영화고, 여러 가지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06년 제작, 2007년 선댄스 영화제, 더블린 영화제 관객상,

2007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개봉 당시 미국의 대작 영화들 <슈렉 3>,

<해리포터>, <트랜스포머>에 전혀 뒤지지 않는 흥행작으로 기억

남녀 주연으로 등장한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는 첫 번째 연기

영국의 유명 인디밴드 ‘더 프레임즈’의 리더, 리드보컬 글렌 한사드

체코 출신의 여성 음악가 마르게타 이르글로바

4만 장에 이르는 오에스티 음반 판매 기록


2) <원스>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아일랜드 영화인데, 아일랜드 하면 떠오르는 것은?!

영국의 대표적인 좌파 감독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아일랜드 독립을 둘러싼 형제 간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

->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이나, 조정래의 <태백산맥> 연상

-> 염상진과 염상구 형제 갈등 (이념과 핏줄 사이의 근본적인 문제)

아일랜드는 시인 윌리암 버틀러 예이츠와 극작가 존 밀링턴 싱의 나라

예이츠는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싸웠고, 독립국 아일랜드의 원로원의원 역임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의 조국 체코는 1990년 자본주의로 회귀

반체제운동 선구자 극작가 뱌츨라프 하벨 대통령

1995년 슬로바키아와 분리 – 체코의 초대 대통령 (극작가가 대통령?!)


3) 남자 주인공 배역의 글렌 한사드와 여주인공 배역의 이르글로바의 사연이 흥미롭다고?!

거리의 연주자 글렌 한사드, 10년을 사랑한 여인을 잃은 상처

낮에는 유명 가수들 노래, 밤에는 자신이 만든 노래 부르는 글렌 한사드

고장 난 진공청소기를 스리하여 생계를 얻는 가난뱅이 음악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는 체코에서 온 스무 살 여성

꽃을 팔아 생계, 바이올린 악사인 부친에게 피아노 배운 이르글로바

한사드의 음악을 깊이 이해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청중

이들 두 사람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4) 그런데 <원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하나같이 맑고 다정하며 진실하다고?!

얼굴이 말해주는 인간의 많은 것 (삶의 내력, 생활방식, 미래)

늘 배가 고픈 마르케타지만, 피아노 앞에 앉으면 얼굴이 물든 단풍잎처럼!

그녀의 연주를 들으면서 한사드가 보여주는 눈망울과 표정은 순진무구함

청소기 수리점을 경영하는 한사드의 부친이나, 마르케타의 어머니 얼굴,

그들 집으로 텔레비전 보려고 오는 체코 이민자들의 얼굴,

한사드처럼 거리에서 연주하는 악사들, 음악 녹음하는 작업장 피디까지

그들 모두의 얼굴은 부드럽고 평온하며 깨끗하고 부드럽다!


5) <원스>와 아주 대비되는 한국의 음악영화가 <와이키키 브라더스>라면서?!

임순례 감독이 연출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정말로 <원스>와 대조적

음악만 꿈꾸다가 장렬하다 못해 비참하게 몰락해가는 인간 상우

술과 자학의 미학을 한없이 추구하면서 추락과 패배를 끝간 데 없이 그려내는 감독

음악영화를 표방하지만, 들을만한 창작곡 하나도 나오지 않는 영화

사랑과 이별의 아픔이 있고,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담은 <원스>

고단하고 힘겨운 일상의 그늘과 피로도 있지만, 절망하지도 꺾이지도 않는 그들

삶의 한가운데로 곧장 걸어 들어가는 아름다운 주인공들

그러나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절망과 패배와 타락과 몰락의 외길 수순만!


6) 우리가 만들어낸 음악영화 가운데 <서편제>나 <천년학> 같은 영화도 좋지 않은가?!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판소리는 우리 정서와 유리

소수 애호가에게 소비되는 귀족 음악 아닌가?! 현대와 무관한 음악 혹은 정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눈물과 한숨과 소주와 담배 연기와 퇴폐만 난무

무엇을 위해 상우는 저토록 물러서면서 바닥 모르고 추락하는가?!

<사운드 오브 뮤직>, <아마데우스>, <오페라의 유령>,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카핑 베토벤> 같은 수준 높은 음악영화의 출현을 고대하며!

왜 우리에게는 삶과 음악과 세상을 온전하게 드러내는 소설가나 극작가가 없을까?!

제대로 집필된 시나리오가 있어야 비로소 좋은 음악영화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