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11월 6일 논어에서 배우는 시와 6단논법

<논어>에서 배우는 ‘시’와 6단 논법 김춘수 시인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 시에서 시인의 사유는 이름에서 출발하여 몸짓으로, 몸짓에서 꽃으로 변합니다. 마지막 종착점은 ‘눈짓’이죠. 왜 그랬을까요?! (우리 모두 생각해 보십시다!) 저는 눈짓이란 단어 대신에 ‘의미’를 씁니다. (물론 시인에게 허락받은 건 아닙니다.) 이름은 구체와 추상을 동시에 내포합니다. (바람) 몸짓과 꽃은 구체적 시에서 ‘꽃’은 이름이 불리고 난 연후에 비로소 온전한 존재로 태어납니다. 우리는 들국화나 들장미라는 말을 흔히 합니다. 들판에 피어난 이름 모를 꽃이라 하여 들국화나 들장미라 하지요. 하지만 들국화는 구절초나 쑥부쟁이, 벌개미취를 뭉뚱그려 부르는 이름입니다. 들장미는 우리 식으로 부르면 찔레꽃입니다. 이름을 알지 못하면, 대상의 본질에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아이에게도 이름과 나이를 묻곤 합니다. <논어> ‘자로편’에 흥미로운 대화가 나옵니다. 子路曰. 衛君 待子而爲政 子將奚先. 子曰. 必也正名乎. 名不正則, 言不順. 言不順則, 事不成. 事不成則, 禮樂不興. 禮樂不興則, 刑罰不中. 刑罰不中則, 民無所措手足.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통하지 아니하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이 흥하지 못하고, 예악이 흥하지 못하면, 형벌이 정확히 부과되지 않으며, 형벌이 정확히 부과되지 않으면, 백성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공자는 인간사의 출발을 이름에서 보았습니다. 시인이 <꽃>에서 ‘이름’으로 시작한 데에는 까닭이 있는 것이지요. 여러분이 좋아하거나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대상의 정확한 이름을 불러주세요. 요즘 한창 얘기되는 시누이와 올케, 시아주버님, 도련님과 처남, 처갓집 등등에 대해서도 올바른 해법이 나오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