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5월 14일 유라시아 횡단 인문학 : 노자와 도덕경


<유라시아 횡단 인문학>: 노자와 <도덕경>

우리가 지난 시간에 <공자와 논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요, 오늘은 도가의 창시자인 노자와 그의 대표저작인 <도덕경>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1) 먼저 노자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시죠? 많이 익숙한 이름이지만, 동시에 잘 모르는 면도 많은 인물이잖아요?!
기원전 551년에 나서 기원전 479년에 졸한 공자와 달리 노자의 생몰연대는 불분명합니다. 노자의 이름은 ‘李耳’이며, 통상 ‘老君’이나 ‘太上老君’으로 불립니다. 대개는 공자보다 먼저 태어났다고들 생각하지만, 최근 중국 자료를 보면 동시대이거나 오히려 다소 늦은 시간대의 인물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영화 <공자: 춘추전국시대>를 보면 노자가 공자보다 훨씬 나이 먹은 인물로 그려집니다.
우리는 공자의 스승은 잘 모르지만, 노자의 스승에 대한 일화는 알려져 있습니다. 상당한 고위층 출신인 ‘商容’에게 노자가 학문을 배웠다고 전합니다. 상용이 세상을 버리기 전에 노자는 앓던 스승을 찾아갑니다. 여기서 상용은 노자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합니다.
1. 왜 사람은 출세한 연후에 고향 마을 앞에 오면 가마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는가?
2. 왜 사람은 커다란 나무 앞에 오면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하는가?!
3. 상용이 느닷없이 입을 벌리고 이 하나 없이 혀만 남은 입속을 보여준다. 왜 그랬을까?!
‘柔弱勝剛强’을 말하고자! -> 너는 모두 배웠으니, 이제 그만 떠나거라!
2) 공자는 인간 중심의 ‘도’를 설파했다고 하셨는데, 노자는 자연 중심의 도를 주장했다는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논어> ‘위령공편’ “인능홍도 비도홍인” -> 어디까지나 인간 중심적인 시각
<도덕경> 25장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 -> 자연을 궁극의 위치에 둔 노자
논리적인 최종적인 귀결은 ‘인법자연’ -> 도보다 자연을 더 중시한 사람 老聃
3) 그렇다면 노자가 가장 중시한 개념 혹은 요체는 인간이나 세상이 아니라, 자연인가요?!
‘無爲自然’이란 말 들어보셨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스스로 그리하도록 하라! 그런 뜻이죠. ‘자연’이란 글자를 풀면 스스로 자, 그럴 연이니까, 스스로 그리하도록 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인위적인 요소도 개입하도록 해서는 아니 된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공부하기 싫어하는 자녀 억지로 공부시키지 말고, 아이가 뭘 잘하고 원하는지 살펴서 그걸 하도록 하라는 얘기죠!
자연과학의 자연과 다릅니다. Nature -> Let it be!
공자는 경세제민을 위해서 12년 세월 천하를 철환(轍環) 합니다. 결론은 빈손의 귀환이지만.
누구든지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채택한다면 3년 안에 어떤 긍정적인 결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종당에 아무도 공자를 채용하지도, 그의 사상을 받아들이지 않는 겁니다.
반면에 노자는 푸른 소를 타고 함곡관(函谷關)을 거쳐 서역으로 사라집니다.
이제 천하의 구제나 백성들의 구원은 내 손 바깥에 자리한다. 백약무효!
4) 그렇다면 함곡관을 거쳐서 서역으로 가면서 <도덕경>을 남겼다는 얘기가 맞는군요?!
당시 함곡관의 수문장은 ‘윤희’라는 인물이었는데, 아침부터 동쪽에 상서로운 기운 ‘서기(瑞氣)’가 뻗치는 것을 보고 온종일 누굴까, 하고 기다립니다. 해 질 무렵 푸른 소를 타고 노자가 표표히 함곡관에 도착합니다. 윤희는 대번에 범상한 인물이 아니구나, 생각하고 그에게 신분증(주민등록증)을 요구합니다. 그런 걸 가지고 있을 사람이 아니죠! (혹시 두 분은 도민증을?!)
양자의 절충안은 하룻밤 봐 드릴 테니 글을 주십시오! 좋다! 하룻밤에 5천 자 글을 주고 서역으로 떠나가는 노자! 윤희는 나중에 도가의 2대 교주로 등극합니다. (<노자타설> 남회근 선생)
(참고로 <논어>는 1만2천 자, <장자>는 10만 자, <사기>는 56만 자 정도 됩니다.)
5) 노자의 자연관을 가장 적절하게 드러내는 대상이 ‘물’이라고 하던데, 맞는 얘깁니까?!
<도덕경> 8장에 “상선약수 수선이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 하는 유명한 구절이 나옵니다. 물의 속성을 설하면서 그것을 도와 연결하는 거죠! 물에 대해서 잠시만 생각해봅시다. 이것은 의상 대사의 <화엄일승법계도>에 나오는 여섯 번째 구절 “불수자성수연성”과 고스란히 맥이 통하는 대목입니다.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