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법원의 실수로 경찰이 범죄 피해자에게 보내야 하는 문서를 가해자에게 발송하면서 피해자 주소가 가해자에게 전달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법 기관들이 피해자 정보 노출을 막는 데 힘쓰겠다고 밝혀왔지만,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변예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50대 이 모 씨(가명)는 수년간 가정폭력을 당했습니다.
반복적인 폭언과 폭행은 흉기 위협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피해자▶
"괴롭히고 얘기를 막 하니까 아들이 밖에서 이제 듣다가 '아 아버지 그만하시라' 그거 말 한마디를 했다고 또 주방에 가서 칼 들고···"
별거 중이던 2026년 4월, 이 씨는 남편에게 이혼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날 밤, 남편은 이 씨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했습니다.
이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남편에겐 접근과 통신 연락을 금지하는 2·3호 잠정조치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이 씨는 남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살던 집도, 직장도 떠나야 했습니다.
그런데 잠정조치가 끝나기 하루 전인 10월 23일, 연장 신청 결과를 확인하려고 법원을 찾았다가 또다시 절망했습니다.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문에 가해자 남편 주소가 아닌 이 씨의 이사 간 새 주소가 적혀 있던 겁니다.
담당 직원이 이 씨가 제출한 주소 변경 신청서를 가해자가 낸 것으로 착각해 전산에 잘못 입력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피해자에게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법원은 결정문 우편 송달을 취소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경찰이 가해자에게 문자 메시지로 결정문을 보낸 상태였습니다.
◀피해자▶
"주소가 드러난 걸 보니까 진짜 아··· 정말 내가 한 6, 7개월 동안 내가 뭘 했나 싶은 거예요. 진짜 그 최선이라고 말씀하셔가지고 했던 거였는데···"
경찰은 결정문이 잘못 적힌 줄 몰랐다고 했는데, 다만, 가해자의 휴대전화가 파손돼 문자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경기도 광주에서는 이혼 소송 중인 여성의 주소가 남편에게 노출된 뒤 여성이 살해되는 등 범죄 피해자 주소가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국정감사에서 법원장들은 피해자 주소 노출을 막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구여성의전화는 "범죄 피해자들이 자신의 정보가 노출돼 또 다른 범죄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신속하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박진희 대구여성의전화 스토킹피해자지원사업부 팀장▶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이니만큼 실수로 넘기기보다는 이사비 지원 등 책임 있는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합니다."
법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가해자를 피해 숨고 또 숨는 피해자들은 정보가 노출될지 모른다는 걱정 속에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MBC 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이동삼, 그래픽 한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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