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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녹는 알프스···댐, 재생에너지 '배터리'로

김서현 기자 입력 2026-10-27 07:30:00 조회수 29

◀앵커▶
기후 위기 시대, 댐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요?

댐은 이제 물을 가두는 시설을 넘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거대한 ‘물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댐이 에너지 전환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김서현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프랑스 남동부 알프스 산자락, 해발 1,200여 미터 고지대에 자리한 보자니 마을.

인구는 360명에 불과하지만 겨울이면 수천 명의 스키 관광객이 몰려드는 유명 관광지입니다.

한때 목축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이 작은 산골 마을을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건 1985년, 마을 위쪽에 들어선 댐이었습니다

◀이브 제느부아 프랑스 보자니 시장▶
"댐, 정확히는 수력발전소가 우리 마을에 댐 사용 분담금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 분담금으로 마을을 관광시설, 즉 스키 리프트와 동계 스포츠 리조트로 바꿔 놓았습니다."

마을의 운명을 바꾼 그랑메종댐은 프랑스 최대 규모의 양수발전소입니다.

전력 수요가 적을 때는 900미터 아래 저수지의 물을 댐으로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전기가 많이 필요할 때 다시 흘려보내 그 낙차로 전기를 생산합니다.

가동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유럽연합은 이 댐을 재생에너지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태양광과 풍력의 빈틈을 메우고, 남는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이른바 '물 배터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럽연합은 이 댐의 에너지 저장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개조 사업도 마쳤습니다.

◀임은옥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교수▶
"태양광 발전 같은 경우는 내가 전기가 필요하니까 다 지금 돌려쓰고, 아니면 필요하지 않으니까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데 오히려 수력은 그게 되거든요. (유럽에서는) 수력발전은 오히려 전기 생산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전력망 안정화(Grid Stabilizing)시키는 거에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기후 위기는 댐에 또 다른 역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천연 저수지를 만들어 주던 알프스 빙하는 2000년 이후 40% 가까이 녹아 사라졌습니다.

빠르게 녹아내리는 빙하수를 최대한 가둬두는 댐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수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스위스에서는 기존 댐을 10미터에서 20미터 더 높여 물을 더 많이 저장하거나, 새로운 댐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오반니 데 체사레 로잔연방공대 교수▶
"휴대전화용 보조 배터리를 하나 더 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휴대폰을 더 오래 쓸 수 있잖아요. 똑같은 원리입니다. 댐이 잘 지어지고 관리된다면 1,000년은 버틸 수 있습니다."

댐은 이제 물을 가두기만 하는 시설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시대의 거대한 배터리이자 전력망의 안전장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프랑스 그랑메종댐에서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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