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주시 안강읍과 맞닿아 경북 동해안에서 들이 가장 넓은 포항시 기계면에는 영남 지역 최대 규모의 고인돌 100여 기가 산재해 있습니다.
2,500년 전 유물인데, 비지정문화재라는 이유로 당국의 무관심과 관리 부실 속에 빠르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김기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거대한 바위가 땅을 뚫고 솟아오른 듯 위용을 자랑합니다.
높이 3m 20cm, 무게만 30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거석은 하부에 90cm 크기의 받침돌 4개가 단단히 받치고 있습니다.
평평한 덮개돌을 얹는 일반적인 북방식이나 남방식 고인돌과 달리, 포항시 기계면 화대리 고인돌은 덮개돌을 세워 올린 매우 희귀한 '입석형' 구조입니다.
중장비도 없던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독창적인 축조 기술과 2,500년이 지나도 훼손되지 않은 보존성 측면에서 뛰어납니다.
◀민석규 향토사학자▶
"여기 화대리 고인돌 같은 경우에는 편평한 면이 아니라 좁은 면, 세로면을 세운 거예요. 소위 말하는 선돌, 한자로는 입석형 고인돌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고인돌을 보존하기 위해 이곳이 고향인 퇴직 교사는 자비로 고인돌이 있는 농지를 매입하고 더 많은 시민이 볼 수 있도록 포항시에 주차장과 안내판 설치를 제안했습니다.
◀이원해 고인돌 토지 소유자▶
"좀 더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우리 시에서는 집입로라든가, 주차장 문제를 좀 해결해 주시고 고인돌 주변에도 철책을 한다든가, 완전한 시설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포항시는 지정문화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행정적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실제로 2012년 실물 답사 당시 130여 기에 달했던 기계면 고인돌은 관리 부실 속에 최근 100여 기로 줄었습니다.
2025년에는 고인돌 축제를 연다며 중장비를 동원해 고인돌 5기를 행사장으로 무단 이동시키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지자체의 허가 아래 이리저리 옮겨진 고인돌은 축제가 끝난 뒤에도 원래 위치로 돌아가지 못한 채 운동장에 덩그러니 방치돼 있습니다.
◀최상문 기계향토문화연구회 회장▶
"물적 자원이 없어진 것도 훼손이고 원형이 깨진 것, 변형된 것도 훼손이라고 보지요. 숫자적으로 없어진 것은 지금 찾을 수도 없고요."
안강으로 오가는 고갯길인 칠성재에는 하늘과 맞닿을 정도로 거대한 고인돌이 5기나 줄지어 지석묘군을 형성하고 있지만 한차례 정비 후 수풀 속에 방치돼 있습니다.
암각화까지 새겨진 인비리 고인돌은 무덤 모양을 잃은 채 논두렁에 박혀 있고, 농가 주변 고인돌 역시 원형이 파손돼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조상들의 숨결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 고인돌, 경북 제1의 도시이자 산업에 과학을 더해 지식산업으로 나아가는 포항에서는 천덕꾸러기 돌덩이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기영입니다. (영상취재 양재혁, 그래픽 최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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