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경북 지역 가전제품 방문 점검 노동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전신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심각하지만 법적인 보호막은 없는 실정입니다.
도건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플라스틱 의자 위에 올라선 노동자가 까치발을 한 채 정수기 상부를 해체합니다.
무거운 장비 가방과 부품 박스를 들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작업이 매일 반복됩니다.
대구·경북 지역 가전 방문 점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75.1%가 5개 부위 이상에서 심각한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어깨 통증이 92.4%로 가장 높았고, 허리와 손목과 손가락, 목과 무릎까지 사실상 전신에 골병이 들었습니다.
쪼그려 앉아 허리를 비틀거나, 높은 곳의 가전을 점검하며 팔을 과도하게 뻗는 부적절한 자세가 목·허리 디스크와 관절 파열로 이어지는 겁니다.
◀정지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기본적으로 그 작업점에 맞추기 위해서 몸을 구겨서 넣어야 되는 그런 자세가 계속해서 발생을 하게 됩니다. 반복적으로 그런 부적절한 자세를 장기간 하시게 되면 그 많이 쓰는 부위에 아무래도 상병들이 발생을 하게 되죠."
신체적 고통뿐만이 아닙니다.
가전 방문 노동자들이 대부분 중장년 여성이고 사적인 공간에 들어가서 일합니다.
그렇다 보니 10명 중 7명은 고객으로부터 모욕적인 폭언이나 욕설을 들은 경험이 있고, 10명 중 3명 이상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평균 우울 점수가 우리나라 성인 평균의 3배가 넘고,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경험이 18.1%로, 한국 성인 유병률의 3.8배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특수고용직이라는 신분 탓에 "산업안전보건법" 조항 일부만 적용되는 등 사실상 법적 보호막 밖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정하나 서비스산업노조연맹 정책국장▶
"사람이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거나 혹은 건강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산재보상 보험법은 완전하게 차별과 배제 없이 전면 적용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요."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가전 방문 노동자들을 이동·감정 노동자 권익 보호 조례 대상에 명시하는 등 지방정부 차원의 조례 개정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박정희 대구시의원▶
"대구시에 있는 이 조례들을 사실상 좀 개정을 통해서 이동 노동자 그리고 감정 노동자에 우리 가전 방문 노동자도 좀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고요."
위험한 환경에 방치된 방문 점검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법·제도 개정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도건협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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