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폭염이 한풀 꺾였다고 하지만, 어떤 이들은 매일매일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창문 하나 없는 좁은 방, 선풍기에 의지해 밤을 지새우는 쪽방촌 주민들인데요,
이들을 살피는 대구 쪽방 상담소와 의료진, 그리고 자원봉사자와 함께 변예주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좁은 골목 끝에 놓인 조그만 쪽방.
낡은 문을 열면 후끈한 공기가 먼저 덮쳐옵니다.
방에는 오래된 선풍기 한 대만 돌아갑니다.
쪽방 상담소와 자원봉사자가 안부를 묻고, 의사는 혈압을 재며 건강 상태를 확인합니다.
◀현장음▶
"오늘 물은요, 물 좀 드셨어요?" (예) "다른 데 아픈 데는 없으세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쏟아지고, 그러다 보면 어지럼증 등이 수시로 찾아와 하루하루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쪽방 주민(음성변조)▶
"이번 여름에 죽다 살아났어요, 지금까지 더워요. 밤에는 물 덮어쓰고, 바깥에 누워있고."
그나마 에어컨이 돌아가는 쪽방은 작은 피서지입니다.
주민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잠시나마 더위를 식힙니다.
◀쪽방 주민(음성변조)▶
"(두 분 같이 지내시네요?) 에어컨 있으니까. 여기 자주 내려와요."
하지만 에어컨 한 대 놓기가 어렵습니다.
집주인의 허락에, 실외기를 놓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데, 전기요금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찜통 같은 쪽방은 해가 저물어도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창문 하나 없는 방, 저녁 6시 반이 넘었지만, 내부 온도는 33도에 달합니다.
햇볕에 달아오른 벽면이 열을 머금고, 바람도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위로 잠들지 못하는 밤도 이어졌습니다.
2026년 7월, 대구의 열대야 일수는 8.1일, 역대 1위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실내 열대야'를 오롯이 견뎌야 하는 쪽방 주민들의 여름철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4.2시간.
기저질환자도 많다 보니 쪽방촌 주민 10명 중 8명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고통을 토로합니다.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이분들이 물을 많이 못 드시고 실내 온도는 높고 이러다 보니 심한 탈수 상태에 빠지게 되면 피가 뻑뻑해지죠. 그런 혈전들이 생겨서 오히려 뇌경색도 여름에 많이 발생할 수 있어서···"
지자체 등에서 해마다 물품을 지원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오현주 대구쪽방상담소 교육정책국장▶
"국가에서 공공 임대주택을 늘려서 임대주택으로 주거 상향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지금 임대주택의 공급 수요가 턱없이 모자라고···"
대구 쪽방 주민은 520명 남짓으로 추정됩니다.
고시원과 찜질방 등을 전전하는 통계 밖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납니다.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권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해 주거 공간을 옮기지 않는 한, 목숨을 건 폭염과의 사투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MBC 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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