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름철 큰 농사일을 마친 뒤 마을 사람들과 모여 함께 피로를 씻어내던 옛 풍습이 바로 '풋굿'인데요.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 유물을 통해 풋굿을 비롯한 옛 선조들의 다채로운 피서 문화와 휴식의 지혜를 공개했습니다.
김경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신명 나는 풍물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지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판 위로 힘차게 떡메가 내리꽂힙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팔씨름 판 주변으로는 마을 주민들의 우렁찬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농번기 고된 일을 한고비 넘긴 뒤, 마을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피로를 씻어내던 '풋굿', 이른바 '호미씻이' 현장입니다.
◀ 권기식 안동풋굿보존회장 (지난 2019년)▶
"주민들의 화합 잔치입니다. 모여서 하루 정도 먹고 놀면서 일 년 풍년 농사를 기원하면서 재충전하며 가을걷이하는 축제입니다."
일터에서 벗어나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건 농민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옛사람들의 여름철 휴식 문화가 담긴 소장 유물을 공개했는데, 신라시대와 조선시대에도 제도화된 휴일과 휴가가 있었던 걸로 나타났습니다.
◀한승일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위원▶
"(조선시대에) 급하게 몸이 아프거나 출산을 했을 때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제도화된 방법이 하나가 있었고, 일반 선비들 같은 경우에는 책을 읽거나 마을 공동체에 가서 같이 쉼을 얻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선비들은 독서에 집중하며 더위를 잊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선비 남붕의 '해주일록'에는 중복의 극심한 더위 속에서도 베개에 기대지 않은 채 새벽부터 책을 외우고 시를 읽으며 피서를 했다는 내용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학문에 힘쓰던 선비들도 때로는 서당 밖으로 나와, 호미씻이 잔치를 벌인 마을 주민들과 술과 음식을 나누며 한데 어울렸습니다.
◀한승일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위원▶
"호미를 씻어서 걸어놓고, 그 행위 자체가 자기의 노동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가 있을 테고요. 그 이후에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음식을 나누고···"
고단한 일상과 무더위 속에서도 삶의 여유를 찾으려 했던 선조들의 슬기로운 피서법이 오늘날 다시금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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