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산불에 이어 폭우로 안동의 이재민들이 또다시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예고된 침수 위험을 외면하고, '속도전'에 치중하느라 기초 안전마저 저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안동시의 부실 행정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김경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불 이재민들이 모여 살던 임시 주택 단지가 진흙투성이 뻘밭으로 변했습니다.
강한 물살에 쓸려 내려간 임시 주택은 이웃집 담벼락을 그대로 들이받은 채 멈춰 섰습니다.
주민들은 주택 내부까지 들이찬 진흙물을 퍼내고 살림살이를 씻어내 보지만, 수습할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임시 주택 11동이 폭우와 흙더미에 휩쓸리면서 불과 1년 만에 또다시 거처를 잃었습니다.
◀권영환 안동시 일직면 귀미리 (7월 19일)▶
"창문으로 나왔어요. 이 문을 못 열어요. 문을 열 수 있나요? 안에 물이 들이닥치지, 죽는 줄 알았지, 둘이."
주민들은 이번 수해가 수년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마을 앞 다리가 너무 낮고 교각 간격이 좁다 보니, 비가 조금만 와도 밀려 내려온 나뭇가지가 걸려 물이 넘친다는 겁니다.
주민들이 직접 손으로 이물질을 건져내며 7년 동안 다리 교체를 요구해 왔지만, 행정기관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권오형 안동시 일직면 귀미리▶
"(비가 오면) 초목, 수목들이 내려와서 이 다리 교각에 걸립니다. 누차 우리가 손으로 헤쳐내고 7년 동안 그렇게 해 오면서, 관청에서 조금만 더 빨리 (조치)해 줬으면 이런 난리가 없지 않았나 싶고···"
부실한 주택 고정장치도 피해를 키웠습니다.
안동시가 공급한 임시 주택 641동 전체에는 기초 콘크리트와 주택을 고정하는 '앵커볼트'가 단 한 개도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안동시는 신속한 입주를 위한 판단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인근 영덕군이 임시 주택 전체에 앵커볼트를 시공한 사실이 드러나며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침수 위험이 있는 부지를 임시 주택단지로 선정한 것도 모자라, 기본적인 지지대조차 설치하지 않은 건데요. 가장 중요한 이재민들의 주거 안전은 뒷전이었습니다.
수해 이후 안동시의 대처도 주민들의 현실을 외면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안동시는 이재민들을 권정생 문학관 내 모듈러 주택으로 입주시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실제로 들어간 주민은 단 1명뿐입니다.
산불로 차까지 잃은 고령의 이재민들에게 기존 생활 터전과 먼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일부 주민들은 자녀와 친척 집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경찰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경북경찰청은 안동시청 건축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 한 데 이어, 임시 주택 공급업체에 대해서도 강제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은 앵커볼트 미설치와 침수 피해 등 부실 논란이 불거진 임시 주택 사업 전반에 대해 업체 선정 과정의 특혜 여부와 계약, 검수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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