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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같은 경북인데 청도는 '가뭄' 안동은 '물난리'···일상 된 기후 양극화

변예주 기자 입력 2026-07-26 14:00:00 조회수 25

거북이 등짝처럼 쩍쩍···경북 청도는 '가뭄' 중
7월 21일, 경북 청도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박정태 씨를 만났습니다.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바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박정태 벼 재배 농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걸 보는 부모 심정과 논에 물 들어가는 걸 보는 농부 심정이 똑같다고 하는데…이렇게 논에 물이 없으니 가슴이 찢어지죠."

7월은 벼 생장을 위해 한창 물이 많이 필요한 시기인데 청도는 가뭄 '경계' 단계입니다.

물을 끌어오던 도랑마저 메말라 버렸습니다.

인근에 저수지나 댐이 있는 논밭은 양수기로 물을 퍼 올리거나 농업용수를 받아써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저수지와 댐이 먼 이곳은 하늘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흙먼지가 날릴 정도로 가물었던 논.

박 씨는 제헌절 연휴 40mm 조금 넘게 내린 비 덕에 그나마 한시름 덜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평소 같은 수확량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2026년 청도에 내린 비의 양은 413mm, 2025년 대비 66%에 불과합니다.

박정태 벼 재배 농민 "모 포기를 보면 아주 작아요. 이게 이렇게 한 움큼씩 벌어져야 하는데, 작으니까 수확량이 아마 엄청나게 차이가 많이 날 겁니다."

이 정도 가뭄은 25년 넘게 농사를 지은 박 씨에게 낯설지 않지만, 점점 이상기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박정태 벼 재배 농민 "가뭄이 잦아져요. 여름에는 가물다가, 가을에 필요 없을 때는 또 비가 많이 오는 이상기후도 자꾸 나타나서 농사짓기 상당히 힘들어요."

가뭄에 41년 전 사라졌던 마을이 드러났다
청도에는 대구와 경산, 영천, 청도 등에 물을 공급하는 운문댐이 있습니다.

7월 15일 이 댐도 가뭄 '심각'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41년 전 운문댐을 지으면서 물속에 잠겼던 마을의 모습이 나타날 정도입니다.

63가구가 살던 방음리의 도로와 다리, 집터가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선명하게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관계 당국도 비상입니다.

운문댐 용수 비축 대책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낙동강에서 대구로 공급하는 대체 용수를 하루 5만 톤에서 10만 7,000톤으로, 금호강에서 경상으로 공급하는 용수는 4,000톤에서 6,000톤으로 늘렸습니다.

장마철 단비를 기대했지만, 댐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윤문중 한국수자원공사 운문권지사 관리부장 "이번 가뭄은 봄철부터 시작된 강우 부족이 홍수기까지 이례적으로 이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운문댐 유역이 건조한 상태에서 지난 제헌절 연휴 내린 강우량도 43mm에 불과해 상당 부분이 토양에 먼저 흡수되면서 댐으로 유입된 물의 양이 적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7월 24일 기준 운문댐의 저수율은 28.4%, 이 순간에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하 주차장 잠기고 임시 주택 떠내려가고···대구·경북 북부는 '물난리'
같은 제헌절 연휴, 대구와 경북 북부 지역에서는 비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는 시간당 90mm 가까운 비가 쏟아지면서 2026년 처음 신설된 '재난성 호우 긴급 문자'가 발송됐습니다.

다세대 주택과 지하 주차장, 도로 일부가 물에 잠겼고, 차량 고립, 나무 쓰러짐 등 신고가 속출했습니다.

안동에서는 17일부터 사흘 동안 230㎜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2025년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임시 주택에서 지내던 이재민들은 이 터전마저 물에 떠내려가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안동과 의성 등 경북 북부 지역에서 주민 420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몸을 피했고, 농경지 41.6ha가 침수됐습니다.

기후 변화에···재난 양극화 일상 된다
장마철인데도 한쪽은 가뭄에 신음하고, 한쪽은 물난리를 겪는 현상, 원인은 무엇일까요?

비구름대가 좁고 강하게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름 장마의 특징은 송곳처럼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내렸다 그친다는 겁니다.

7월 17일 대구의 강수량을 보면, 대구 군위군이 11mm, 달성 61.5mm, 동구 116.6mm로 편차가 큽니다.

민기홍 경북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 "여름철 장마전선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남북으로 진동합니다. 남쪽으로 내려가기도 하고, 북쪽으로 올라가기도 하는데요. 북쪽의 한랭한 기단과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로 부딪히면서 매우 좁은 비구름대가 형성되면서 지역적 차이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국지성 호우, 극한 호우가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를 지목합니다.

민기홍 경북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 "대기 온도가 1도씩 상승할 때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가 약 7%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지구온난화로 한반도 주변 바다 수온이 크게 상승했고 또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 중에 수증기량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물 폭탄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증기가 많아지면서 극한 호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폭염과 폭우, 가뭄이 공존하는 기후 양극화.

한반도를 덮친 이상기후는 더 이상 뚜렷한 사계절이 아닌 예상할 수 없는 재난을 일상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 # 가뭄
  • # 이상기후
  • # 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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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예주 yeah@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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