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에서 11년 만에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긴급 살처분과 백신 접종, 가축 시장 폐쇄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위기 경보도 최고 단계인 '심각'이 유지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지역 방역의 최일선에 서야 할 지역 축협 조합장들이 해외연수를 떠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도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경북 예천의 돼지 농장과 인근 소 농장 5곳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건 7월 3일.
경북에서 11년 만의 발생으로, 방역 당국은 안동, 예천과 영주 등 북부 6개 시군에 최고 수준인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습니다.
가축 시장은 문을 닫았고, 축산 관련 종사자와 차량에는 48시간 이동 중지 명령이 내려지는 등 방역에 총력이 집중됐습니다.
◀성명숙 경상북도 동물방역과장▶
"(경북 북부 5개 시군은)'심각' 단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축산인 모임으로 교차 오염이 우려되니 '심각' 지역에선 축산인 모임을 금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농가에 이동 중지 명령이 내려진 이후, 경북 축협 조합장 10여 명은 김해공항을 통해 베트남 나트랑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축 시장 운영이 중단된 영주와 '심각' 단계가 발령된 안동·문경 조합장 3명을 포함해 대구경북축협운영협의회 소속 조합장 10여 명이 해외연수에 나선 겁니다.
MBC 취재진이 입수한 일정표를 보면, 4박 5일 일정 가운데 방역 관련 기관 방문은 단 두 차례뿐입니다.
둘째 날과 마지막 날에만 관련 기관을 방문하고, 나머지 일정은 나트랑 롱선사, 달랏 바오다이 황제 여름 별장, 전신 마사지 등 관광 일정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취재가 시작되자 축협 측은 관광 일정을 삭제하고, 대신 '유통 체계 벤치마킹'이라며 현지 대형마트 방문 등을 추가한 일정표를 취재진에게 다시 보내왔습니다.
축협 측은 일정 변경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또 긴급 방역 시기에 해외연수를 강행한 이유를 묻자, 정보 교류를 위한 워크숍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경북 '심각' 지역 A 조합장▶
"워크숍이지요. 서로 정보도 주고받고 학습도 하려 이렇게 나왔거든요."
하지만 추가 질문에는 답변 대신 취재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경북 '심각' 지역 B 조합장▶
"가급적이면 방송에 좀 안 낼 수 없을까요."
하지만 조합장들이 해외에 머무는 동안, 농가들은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가축 시장 폐쇄로 송아지와 출하 시기의 소를 팔지 못하면서, 사룟값과 건초값조차 제때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북 북부 '심각' 축산 농가 A▶
"가축 시장이 출하가 금지돼서 송아지도 팔고 큰 소도 팔아야만 사룟값도 주고 건초 대금도 줘야 하는데···"
농가들은 조합장들의 해외연수가 부적절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경북 북부 '심각' 축산 농가 B▶
"자비인지 공금인지 밝혀서 변상 조치를 하고 내년 3월에 해당하는 조합의 조합원들은 심판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경북의 소 사육 규모는 745,000여 마리, 전국 최대입니다.
위기 속에서 강행된 이들의 해외연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축산 농가들은 묻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그래픽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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