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하루 24시간은 지난 10년 동안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동북지방데이터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역민들의 일상에 뚜렷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됩니다.
수면과 여가 같은 개인적인 시간은 늘어난 반면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통계 이면을 들여다보면 지역 청년들과 맞벌이 가구가 마주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더 자고 더 쉬는데"···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청년들
지난 2014년과 비교했을 때 2024년 대구 청년들의 하루 일상은 겉보기에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수면 시간은 10년 전보다 23분이나 늘어났고, 미디어 이용 시간 등을 포함한 여가 시간 역시 11분 증가했습니다.
경북 청년들 또한 건강관리 등에 쓰는 필수 시간과 여가 시간이 일제히 늘어났습니다.
반면 일이나 학습, 이동에 투입하는 이른바 '의무 시간'은 대구와 경북 모두 각각 18분과 12분씩 감소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체감하는 일상의 피로도입니다.
2024년 대구 청년의 66.3%, 경북 청년의 63.0%는 평소 시간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특히 일과가 끝난 뒤 피곤함을 호소하는 비율은 대구가 81.2%, 경북이 86.0%에 달해 심각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청년들은 일상에서 가장 줄이고 싶은 활동이자 피로의 주된 원인으로 2014년이나 2024년 모두 일제히 '직장의 일'을 꼽았습니다.
노동 시간의 절대적인 양은 다소 줄었을지 몰라도, 직무 자체에서 오는 정신적 압박감과 업무 스트레스가 청년들의 삶을 여전히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구 노년층은 '일터'로···경북 노년층은 '건강' 챙기기
만 65세 이상 고령층의 시간 성적표는 대구와 경북이 전혀 다른 궤적을 그렸습니다.
대구의 고령층은 10년 전보다 잠과 식사 시간을 27분이나 아껴가며 일터로 향했습니다.
이들의 일과 구직활동 시간은 10년 사이에 17분이 늘어나, 의무 시간 총량이 4시간 35분까지 증가했습니다.
대구 노년층이 경제적 요인이나 사회적 참여를 위해 일하는 노년을 선택했다면, 경북의 고령층은 필수 시간을 20분 늘리며 개인 건강관리에 더 집중하는 정반대의 경향을 보였습니다.

맞벌이해도 '가사 독박'은 여전히 아내의 몫
시간의 불평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곳은 바로 맞벌이 가정이었습니다.
지난 10년간 맞벌이 가구 남편들의 가사 노동 시간이 대구는 18분, 경북은 8분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아내들이 짊어진 무거운 가사 짐을 덜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맞벌이 가정 아내의 하루 의무 시간은 대구가 9시간 4분, 경북이 9시간 21분에 달했습니다.
남편들보다 매일 1시간 안팎을 의무 활동에 더 쏟아붓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밥을 차리고 청소를 하는 실질적인 가사 노동 시간에서 격차는 더욱 벌어집니다.
맞벌이 아내의 하루 평균 가사 노동 시간은 남편보다 대구는 1시간 56분, 경북은 2시간 13분이나 더 길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가사 분담에 대한 만족도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맞벌이 남편들은 가사 분담에 대해 대구 42.4%, 경북 47.2%가 만족한다고 답하며 대체로 평온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내들의 가사 만족도는 대구 31.0%, 경북 25.4%에 그쳤고, 오히려 만족하지 못한다는 불만족 답변이 만족도를 웃돌았습니다.
'남자는 일, 여자는 가정'이라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찬성하는 비율 역시 남편이 아내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나, 가정이 여전히 양성평등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유시간이 늘어나도 청년들은 번아웃을 호소하고, 일터에서 돌아온 맞벌이 아내들은 다시 가사 노동이라는 2차 출근을 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역민들이 체감하는 만성적인 시간 빈곤과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근로 시간 단축을 넘어 일과 가정이 실질적으로 양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촘촘한 유인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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