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전쟁 때 병역의무가 없는 18세 미만 청소년 신분에서 전장에 투입된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소년병인데요.
어느덧 아흔 살을 훌쩍 넘긴 소년병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양관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국전쟁 당시 밀려오는 북한군을 낙동강에서 저지한 다부동 전투.
일각에서는 이 전투의 핵심 전력을 학도병과 소년병이라고 분석합니다.
당시 17살 경북 경산 하양 중학교 2학년이던 박태승 씨도 소년병으로 이 전투에 참여했습니다.
미성년 학생이었지만 부모 동의도 없이, 장교 설득에 넘어가 전선에 투입됐습니다.
1·4 후퇴 때 다친 동료 소년병을 돕지 못한 기억은 평생의 한으로 남았습니다.
◀박태승 6·25전쟁 참전 소년병 (2021년 인터뷰)▶
"국군 병사 하나가 부상을 당해서 나무 밑에 신음을 내고 있는데, 아무리 잘 봐도 15살밖에 안 돼 보였어요.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서 '같이 가'···"
학도병과 소년병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학도병은 정식 군번이 없고, 소년병은 정식 군번이 있다는 겁니다.
학도병들은 전쟁 중인 1951년 3월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지만, 박 씨처럼 소년병은 군번을 부여받아 휴전 뒤에도 군복무를 더해야 했고 제대 뒤 학교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지만, 국가는 소년병 존재나 공로를 전쟁 뒤 약 60년 동안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참전유공자법에서도 소년병을 자원 입대자로 규정해 별도의 지원이나 예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과거사정리위는 2024년 7월, 박 씨를 포함한 소년병 6명에 대해 피해를 인정하고, 국가가 특별법 제정 등으로 이들의 피해를 회복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 결정으로 국가 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새롭게 진행돼 박 씨 등 고령의 소년병 4명은 정부를 상대로 위자료 각 1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하경환 변호사 (소년병 소송대리인)▶
"지금 생존해 계신 분들은 몇 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분들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소송 비용과 만약 패소했을 때 드는 제반 비용까지 변호사와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이 내기로 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소년병은 2만 9천여 명, 이 중 2,500여 명이 전사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제는 90세가 훌쩍 넘고, 점점 사라져가는 소년병들이 이번 재판에서 명예를 되찾을지 주목됩니다.
MBC 뉴스 양관희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그래픽 한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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