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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진보'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첫 대외 행보로 '보수' 대구 찾은 이유는?

심병철 기자 입력 2026-06-10 11:41:08 수정 2026-06-10 11:43:36 조회수 117

진보 성향의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첫 대외 행보 중 하나로 보수 교육의 상징이자 공교육 혁신의 메카로 떠오른 대구를 찾았습니다.

교육계가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넘어 미래 교육의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는 점에서 교차 협력의 신호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6월 9일 오후 국제 바칼로레아(IB) 월드스쿨인 대구 복현중학교를 방문해 IB 중등 과정(MYP) 운영 현황을 직접 참관했습니다.

이번 방문은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대구시교육청이 선도적으로 도입해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IB 교육의 현장 적용 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두 교육청 간의 미래 교육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날 안 당선인은 중학교 2학년 수학 및 국어 교과 수업을 참관하며 토론·발표식 수업과 논술·서술·구술 평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안 당선인은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탐구 역량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IB 수업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수업 참관 후 이어진 대구교육청과 복현중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안민석 당선인은 주요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도 나눴습니다.

이들은 IB 프로그램 도입 과정에서의 교원 연수 체계, 예산 분담 문제, 그리고 교육계의 가장 큰 화두인 대학 입시 연계성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안 당선인은 "IB 교육은 진보 진영에서 추진해 온 혁신 학교와 큰 틀에서 취지와 방향이 유사하다"며 "경기 지역에서 혁신 학교의 자산을 잇는 동시에 대구의 성공적인 IB 모델을 접목해 '경기형 IB·KB(코리아 바칼로레아)'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IB 교육은 탄탄한 교육 이론과 확실한 교원 연수 체계가 뒷받침되어 혁신 학교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며 "진영 논리를 떠나 대한민국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대구의 선진 미래 교육 모델과 인프라를 경기도교육청과 적극 공유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다음은 두 교육 수장의 주요 대담 내용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혁신 학교와 IB 교육의 접점, 그리고 '대입 연계성'이라는 숙제

안민석 당선인 (이하 안): 과거 혁신 학교 초기에 기대가 정말 많았습니다. 오늘 대구 복현중 수업을 보니 그때의 열정이 느껴집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숙제는 '대학 입시'와의 연결입니다.

혁신 교육이 학부모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한 결정적 원인도 고등학교 때 아무리 협동 교육을 열심히 해도 대입과 연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IB 역시 이 대입 문제가 가장 큰 숙제 아닙니까?

강은희 교육감 (이하 강): 저희 대구는 다행히 대학을 잘 보내고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대입 수단으로 쓰지 않으려고 시작했지만,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일반고 진학률이 80%라면 IB 이수자들은 86% 수준으로 더 높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대학에 가서 공부를 너무 잘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우리 교육청은 아주 꼼꼼하게 분석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대학 전형을 전체의 27~28% 정도 찾아내 학부모들에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교육청 자체적으로 'IB 전문 대입 사정관(지원관)'을 채용해 1:1 컨설팅도 지원 중입니다.

안: 대학 자체에서 IB 프로그램 이수자에게 직접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따로 마련되어야 이 제도가 확 살아날 텐데요. 대학 총장들과 1:1 협약을 늘려가면 어떻습니까?

강: 수차례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우리나라 대입 체계상 총장 직권으로 입학 사정을 완전히 자율화하는 데는 법적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제주대의 경우 지역 전형을 통해 IB 이수자들을 대거 흡수하는 모듈을 풀었고, 디지스트(DGIST)나 포스텍(POSTECH) 등 수능 최저를 보지 않는 전형의 정원을 늘리는 대학들이 나오고 있어 긍정적입니다.

과도한 예산과 '외국 로열티 지급' 비판에 대한 사실은?

안: 대구에 전체적으로 IB 학교가 몇 개나 있고, 일각에서 비판하는 '외국 재단(IBO)에 지급하는 로열티(회비)' 규모는 총액이 얼마나 됩니까? 1년에 한 10억 원 미만으로 보면 됩니까?

강: 현재 인증된 월드스쿨은 39개교이며, 후보 학교까지 합치면 90여 개교에 달합니다. 대구 전체 학교의 약 10% 수준입니다. 로열티는 관심 학교를 제외한 후보·월드스쿨 50여 개교가 학교당 연간 1,000만 원 내외를 내고 있습니다. 전체 총액으로 보면 10억 원이 채 안 됩니다. 대구교육청 전체 예산의 0.007% 수준에 불과합니다. 실제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곳은 로열티가 아니라 '교원 연수'와 '교육 활동 지원'입니다.

강: 싱가포르 달러로 환산해 지급하는데, 단순히 돈만 주는 게 아닙니다. IBO가 제공하는 방대한 교육 리소스 센터(PRC)의 자료와 데이터베이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대가입니다. 이 정도의 교육 자료를 책으로 사서 보려 해도 그 이상의 비용이 듭니다. 쉽게 말해 '챗GPT 사용료'를 내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IB'와 혁신학교의 차이, 그리고 대구의 인사 시스템 강점

안: 경기도는 민주당 성향의 학부모 비중이 높다 보니 'IB 교육'을 보수 진영의 정책으로 오해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경기교육청 인수위원회에 '미래 교육 분과'를 만들고 혁신학교 교장 다섯 분과 IB 학교 교장 다섯 분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서로 끝장 토론을 해보라는 취지였죠. 직접 와서 보니 혁신학교와 기본 취지는 완전히 똑같습니다.

강: 맞습니다. 사실 IB는 매우 진보적인 교육입니다. 다만 과거 혁신학교는 '활동 중심'에 치우쳐 학습과의 연계 고리가 다소 느슨했던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활동만 하러 오는 게 아니라 '배움'을 얻으러 오는 것이니까요. 반면 IB는 기존의 교육 이론이 매우 탄탄하게 시스템으로 받쳐주고 있고, 무엇보다 교사 연수 체계가 확실합니다.

복현중학교 교장: 교사 입장에서 보면, 일반 학교에서 혼자 공부하거나 교사 몇 명이 어깨동무하는 수준으로는 교육의 틀을 바꾸는 '넘어설 수 없는 산'이 있습니다. 하지만 IB는 학교 전체와 교육청이 시스템을 통째로 제공합니다. 중학교는 전교생과 전 교사가 참여합니다. 이 신세계를 맛본 젊은 교사들은 보람과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과거의 주입식 교육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안: 바로 그 교사의 역량 축적이 핵심인데 대구는 인사이동 범위가 대구 시내로 한정되어 있어 IB 노하우가 계속 누적되는 강점이 있군요. 경기도는 평택에서 포천으로 가는 등 시·군 간 이동이 너무 심해 축적이 어렵습니다. 대구에서 10년 동안 공들여 놓은 인프라와 교육과정 매핑 자료를 우리 경기도가 도움을 받아야겠습니다.

대구의 미래 모델 '초·중·고 IB 클러스터'와 '군위형 통합 학교'

강: 저희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 매핑을 이미 끝냈습니다. 또 하나의 성공적인 모델이 작년에 대구로 편입된 '군위군' 모델입니다. 군위 편입 당시 14개 학교에 전교생이 860명밖에 안 되는 소멸 위기 지역이었습니다. 이를 과감하게 초·중·고 통합 모델로 묶고 전 학교를 'IB 월드스쿨 원 시리즈 클러스터'로 정비하고 있습니다.

안: 인구 소멸 지역의 학교 통폐합 이후 남는 부지는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교통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강: 남는 학교는 폐교 대신 휴교 처리를 해두고 향후 군위가 신공항 등으로 다시 살아나면 거꾸로 분양해 줄 계획입니다. 군위 면적이 대구 전체의 70%로 매우 넓기 때문에 대형 버스 대신 통학 택시, 미니버스, 미니밴을 거미줄처럼 돌려 등하교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그 결과 올해 군위고등학교의 대입 결과가 의·약대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역대급으로 좋았습니다. 지역 토착민 아이들이 대구 중심가로 나가지 않고도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받으니 학생 수가 다시 늘고 있습니다.

안: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입니다. 경기도 양주 같은 곳도 초·중·고 연계가 안 돼서 초등학교 때 만족한 학부모들이 중학교 갈 때 1시간씩 이동해야 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대구의 초·중·고 IB 연계 클러스터 모델은 경기도에 꼭 필요한 모델입니다.

국경을 넘어설 'KB(코리아 바칼로레아)'의 완성

안: 그렇다면 대구교육청의 향후 4년 핵심 공약은 무엇입니까?

강: 저희 대구교육청 제3기 공약의 핵심은 'KB(코리아 바칼로레아)의 완성'입니다. IB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입시 체계이지만, KB는 수업과 평가는 IB식으로 하되 한국의 교육 환경과 강론에 맞춘 '한국형 국가 교육과정 브랜드'입니다. 이미 주요 과목 가이드북의 1차 버전이 나왔고, 올해 기타 과목 2차 작업에 들어갑니다. IB 학습법(ATL)을 변형한 '대구 학습법'도 정립 중입니다.

안: 멋진 비전입니다. 제가 임기를 시작하면 경기 지역 교장단들을 모아놓을 테니 강 교육감님이 직접 오셔서 특강을 한번 해주십시오.

강: 좋습니다. 오는 6월 24일 서울대에서 대학 총장들을 초청해 대규모 IB 서밋(포럼)을 개최합니다. 당선인님도 꼭 참석하셔서 대학이 초·중등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십시오.

대담을 마치며: "진보와 보수 가르는 사심 가득한 벽 깨야"

안: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은 진보와 보수를 가르며 한가하게 싸울 때가 아닙니다. 공교육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이 벽을 깨야 합니다. 보수가 시작한 정책이든 진보가 시작한 정책이든 잘하는 것은 서로 공유하고 배워야 합니다. 경기도와 대구가 손을 잡고 상징적인 교류 모델을 보여준다면 대한민국 교육 지형이 바뀔 것입니다.

강: 적극 공감합니다. 교육은 결코 진영 논리에 갇혀서는 안 되며 학생의 삶을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앞으로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타 시도 교육청과 활발히 교류해 대구의 미래 교육 모델을 나누고, 대한민국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함께 이끌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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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병철 simbc@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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