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 행정 통합, 떡 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나?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행정 통합을 처음 논의한 건 지난 2019년 말입니다.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이구동성으로 행정 통합을 외쳤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뽑자며 의기투합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고, 주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흐지부지됐습니다.
3년 뒤, 2022년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한 뒤 다시 통합 논의가 불붙습니다.
하지만 2024년 8월, 양적 통합만 고수하는 경상북도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홍 시장이 일방적으로 통합 무산을 선언합니다.
행정안전부가 중재에 나서 합의했지만, 통합 신청사 위치와 관할 구역, 시민 동의 방식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단체장들의 불협화음으로 실패로 끝난 오욕의 역사로 남았습니다.

'20조 원 지원'으로 다시 불붙은 TK 행정 통합···우위에 있다는 주장과 달리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 신세?
용두사미로 끝난 행정 통합이 지난 1월 중순, 이재명 대통령의 '4년간 20조 원 지원' 방침에 다시 불붙기 시작합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통합 논의를 했다며 혜택도 가장 먼저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에서 본다면 대전·충남, 광주·전남보다 늦게 출발한 '후발주자'에 불과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전·충남 가서 그 얘기(행정 통합)를 대통령이 하셨고, 그러니까 광주·전남이 조금 더 드라이브를 걸었고, 그다음에 한참 뒤에 이제 대구·경북이 한 거 아니에요. 돈 20조 원 준다고 그러니까···"라고 말하며 적어도 지금 정부에서는 대구와 경북이 우위에 있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구·경북은 선택지에 없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왔다는 조롱 섞인 불만이 여권 내부와 통합을 추진 중인 다른 지자체에서 나오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부산·경남까지 총 8개 시도가 동시에 통합한다면 지원해야 할 예산만 1년에 20조 원.
예산이 너무 과하게 든다는 우려가 정부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애초에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이 대상이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걸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누구를 위한 행정 통합?···초대 통합 특별시장을 노리는 정치적 야욕에서 비롯된 '졸속'?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의문을 품게 합니다.
20조 원 지원의 기준이 이번 지방선거라는 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 지방선거가 지나서 통합해도 지원받을 수 있을 거라는 겁니다.
그런데도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선두에서 고삐를 당기고, 대구시장과 도지사 출마 예정자들이 못 이기는 척 뒤에서 밀면서 뒤처지면 안 된다고 불안을 부추기고, 그걸 속도 경쟁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통합에 대해 제대로 시민들과 논의한 적 없어요. 정치인이 책임을 질 수가 없잖아요. 그냥 책임을 지는 흉내는 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시도민한테 전가하는 것이죠."라며 "다른 지역처럼 20조 원 투자하는 쪽으로 가지 말고, 권한을 대대적으로, 대폭으로 이양하는 그런 시도 통합을 오히려 대구·경북이 먼저 제안해야 합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부산·경남이 주민 투표를 거쳐 4년 뒤, 빠르면 2년 뒤에 행정 통합을 하기로 한 것은 시사점이 있습니다.
행정 통합에 대한 정부 기조와 기류를 파악해 앞서가기보다 뒤따라가면서 폐해를 줄이고, 내실을 챙기겠다는 포석으로 읽힙니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의 '선 통합, 후 보완' 기조는 지방선거와 그 이후의 정치 행보를 염두에 둔 대구·경북 정치인들의 야욕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인터넷 언론 뉴스민 편집장 출신인 천용길 시사평론가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지역 정치인들의 행태를 이렇게 분석합니다.
"행정 통합이 만약 추진이 안 된다고 해도 본인은 적극적으로 했는데, 이재명 정부가 대구·경북의 이런 의도를 적극적으로 밀어주지 않았다고 해버리게 되면 본인이 손해 볼 게 없는 위치에 있는 거죠."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 통합이 잘 되면 좋고, 안 되어도 큰 타격 없는 속된 말로 '꽃놀이패'라는 겁니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행정 통합인지 그 근원적인 물음 앞에 진정성 있는 답은 찾을 수 없고, 의심과 우려, 비판이 점점 자리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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