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경북 행정 통합 논의 과정에서 청사와 교육, 권한 배분 등을 놓고 적잖은 쟁점이 불거져 왔습니다.
여야가 발의한 2건의 행정 통합 특별법안이 이런 쟁점들을 어떻게 담고 있는지, 엄지원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제기돼 온 쟁점은 통합 청사 문제입니다.
여야가 발의한 두 특별법안 모두 "특별시 청사는 기존 경북도청과 대구시청을 함께 활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단일 청사를 새로 건립하거나 특정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내용은 법안에 직접 담기지 않았습니다.
다만 두 법안 모두, 청사의 구체적인 위치와 기능 배분은 통합 이후 특별시 조례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논란의 핵심이 돼 온 청사 문제를 입법 단계에서 정면으로 결정하기보다는, 통합 이후로 넘겨 둔 구조입니다.
◀천성용 경북·대구행정통합 비대위원장▶
"'선 통합, 후 청사 결정'을 하자는 거잖아요. 그러면 새로운 의회가 구성되고 하면 힘의 논리로, 그렇게 남부지방(대구)로 가는 거죠. 뻔한 겁니다. 그건."
이와 함께, 공무원에 대한 이사 지원 조항도 눈에 띕니다.
두 법안 모두 "청사 이전 또는 근무지 변경 등으로 주거 이전이 발생하는 경우, 이사비 및 주거 관련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 있습니다.
때문에 통합 이후 행정 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을 법안에서 열어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천성용 경북·대구행정통합 비대위원장▶
"여기가 됐든, 저기가 됐든 그걸 한 곳에 (청사 기능을) 몰아주겠다는 거잖아요. 균형발전이라고 하는 측면에서도 맞지 않고 여러 가지로 모순되는 법안이죠."
청사와 함께 교육 문제 역시 꾸준히 제기돼 온 쟁점입니다.
행정 통합 추진 과정에서 교육이 논의의 중심에서 배제되고 행정 효율의 하위로 취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두 법안 모두 특수목적고와 국제고, 영재학교 설립을 폭넓게 허용하고, 방과후학교에서 선행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특례를 담고 있는데 문제는 농산어촌과 소도시 학교가 많은
경북 지역의 교육 여건을 고려한 교육 격차 완화 장치가 법안에서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권정훈 경북교육연대 대변인▶
"특권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서 교육 격차를 오히려 더 벌릴 가능성이 높고요. 반면에 작은 학교가 많은 경북 지역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작은 학교들이 통폐합될 테고 지역 소멸을 더 앞당기는…."
재정 문제도 쟁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두 법안 모두 통합 이후 국가가 재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담고 있지만, 지원 규모나 기간, 시·군별 배분 기준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광역 교통망이나 산업단지 같은 대형 광역 사업이 우선 추진되고, 농산어촌이나 소규모 시·군의 생활 인프라는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안 발의 이후 노동 특례를 둘러싼 쟁점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국민의힘 발의 법안에는 특례 구역인 '글로벌미래특구' 지정 시,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하고 근로기준법상 주 40시간, 하루 8시간 근로 시간 제한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한
독소 조항이 담겨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중앙정부가 맡아 온 노동 관련 사무를 특별시로 이양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은 두 법안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노동계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제도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노동 감독 권한 이양으로 산재 예방과 감독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
"중대재해나 산업재해와 관련된 예방 활동이 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질 거라고 저희들은 보지 않습니다. 과로사를 조장하겠다는 도에다가 이 노동 사무까지 줘버리면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보호장치는 고양이한테 맡겨지는 거나 다름없다는 거죠."
2월 내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한 만큼, 핵심 쟁점을 입법 과정에서 얼마나 보완하고 설득해 낼 수 있을지가 대구·경북 행정 통합의 관건으로 떠올랐습니다.
MBC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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