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이 100조 원이 넘는 국세 체납액 규모를 줄이기 위해 징수 가능한 세금 1조 4천억 원을 무단으로 소멸시킨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국세청이 2021년부터 누계 체납액 축소 목적으로 1조 4천억 원의 국세 징수권을 위법·부당하게 소멸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세청은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듬해부터 ‘국세 통계 포털’에 누계 체납액을 공개하기로 요구받았습니다.
2020년 말 국세청이 내부적으로 집계한 누계 체납액이 122조 원에 달하자, 수치가 그대로 공개될 경우 체납 관리 부실 비판이 일 것을 우려해 근거도 없이 체납액을 100조 원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동원된 수법은 이른바 '소멸시효 조작'이었습니다.
압류된 부동산이나 예금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임의로 앞당겨, 이미 시효가 끝나 세금을 받을 수 없는 것처럼 처리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국세청이 위법·부당하게 없애버린 정당한 국세 채권만 1조 4천2백억 원에 달합니다.
덕분에 2021년 국세청이 대외적으로 발표한 누계 체납액은 목표대로 98조 7천억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현장 세무서 직원들은 성과 지표 점수를 따기 위해 이 같은 부당한 지시를 따랐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세청의 부실 관리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버젓이 영업 중인 사업자들을 '재산이 없다'며 체납 관리 대상에서 제외해 주는가 하면, 고액 체납자의 출국 금지를 부적절하게 해제해 주기도 했습니다.
무기 중개 관련 대기업 회장인 고액 체납자 A 씨를 대상으로 시가가 한 병에 1천4백만 원에 이르는 로마네콩티 등 45억 원 상당의 와인 1,005병을 압수한 지 8년 만에 해제해 주는가 하면, 여성용 명품 가방 압류도 해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반면 체납액 5백만 원 미만의 체납자 56만 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압류 및 압류 해제 실태를 점검한 결과, 1만 7,545건이 공매 등의 절차 없이 5년 이상 장기간 압류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액 체납자의 재산 압류는 해제해 주고, 소액 체납자들의 재산은 압류 뒤에 공매할 실익이 있는지를 서둘러 판단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한 겁니다.
감사원은 통계 조작을 주도한 전 국세청 과장에게 강등 처분을 요구하는 등 관련자들을 징계하고, 퇴직한 전직 국세청장 등에 대해서는 인사 자료를 통보해 재취업 등에 불이익을 주도록 했습니다.
감사원은 연간 국세 체납액이 2020년 19조 2천억 원에서 2023년 24조 3천억 원으로 늘고 있고, 누계 체납액도 100조 원 수준으로 징수 활동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2025년 5~7월 감사를 실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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