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동포항 대구MBC NEWS 대구MBC NEWSTODAY

마을과 단절된 이재민들···정보 소외·고립 심각

김서현 기자 입력 2025-12-29 07:30:00 조회수 11

◀앵커▶
빚을 내며 집을 짓고 있지만 앞으로의 생계가 막막한 산불 이재민들의 사례를 전해드렸는데요.

대형 재난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마을을 떠나온 고령층의 정보 소외와 관계 단절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산불 이재민 40여 세대가 임시 입주한 안동 도심의 공공임대 아파트입니다.

87살 김팔분 할머니의 아파트 빈방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가전제품들이 쌓여 있습니다.

◀권오현 아들▶
"세탁기, 냉장고, TV, 그다음에 이건 청소기입니다."

입주할 당시는 에어컨, 냉장고도 없는 빈집이었기에 급하게 사비로 각종 가전제품을 들였는데, 두세 달이 훌쩍 지나서야 기부품이 배송된 겁니다.

◀권오현 아들▶
"5월에 입주하면서 가전제품을 다 구매해서 입주했는데 그 이후에 와서 지금 이렇게···"

뒤늦게 온 물품은 그나마 다른 필요한 곳에 기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민 지원 정책 같은 정말 필요한 소식은 뒤늦다 못해 접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김 할머니는 산골 마을에 불탄 집이 김 할머니 집을 포함해 두 집뿐이라 규정상 임시 조립주택을 제공받을 수 없어 도심에 들어온 겁니다.

그런데 막상 마을을 떠나오니 산불 사후 대책에 대해 제공받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었습니다.

◀권오현 아들▶
"(산불이 난)읍면에 있는 그쪽(마을)은 어떤 각종 행사도 하고 지원, 이런 부분이 있는데 임대주택에 오신 분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고, 통보해 주는 게 없더라고요. 산불 특별법이 만들어졌다는 그 자체도 언론을 통해서만 알고 있고 행정기관에서 좀 알려주면 좋은데 어떻게 보면 좀 많이 소외된다는 느낌(이에요.)"

한평생 살던 마을 공동체와의 관계 단절도 김 할머니 같은 고령층 이재민의 소외감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도심과 아파트는 김 할머니에게 낯설기만 합니다.

◀김팔분 안동시 길안면▶
"처음에 낯설었어. 아는 사람 하나도 없으니까. 촌에는 있으면 뭐, 모여 놀잖습니까. 밥만 먹으면 한데 모여 놀고 뭐 사 먹고. 지역에도 모여 놀고 이랬는데 여기는 모이는 건 없어."

깊은 트라우마로 잠 못 이루는 날은 여전히 많습니다.

◀김팔분 안동시 길안면▶
"아쉽죠. 온갖 게 다 불타버렸어. 수의까지, 사진까지 다 찍어 놓은 거 다 타버렸어. 깨도 받고 고추도 받아 놓고 이랬는데 옷도 하나 못 가지고 나왔는데. (산불 났을 때가) 잠만 오면 생각나지요. 아직까지는."

그린피스·녹색전환연구소·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가 안동·의성·영덕 산불 피해 주민 298명을 대상으로 사건 충격 척도를 측정한 결과, 10명 중 8명 이상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의심 수준에 해당했습니다.

산불이 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피해 주민들은 물질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정보 소외와 공동체 단절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세심한 행정과 지속적인 심리 회복 지원 등 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 # 산불이후
  • # 이재민
  • # 단절
  • # 정보 소외
  • # 고립

Copyright © Daeg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