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립경국대학교가 대학 구조 조정안을 공개했습니다.
인문학부의 3분의 1이 개편 대상에 든 만큼 해당 학부는 "국립대가 인문학을 말살하려 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학령 인구 감소'라는 국가적 과제에서 비롯된 만큼, 지역사회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도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초등학생 때부터 글자마다 담긴 뜻풀이와 옛 선인들의 생각을 파고드는 재미에 매료됐던 하승원 씨.
한문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경국대 한문문화학부에 입학해 내후년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승원 국립경국대 한자문화콘텐츠학 3학년▶
"선인들의 문학, 역사, 철학 그리고 인상적인 지혜들을 많이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돼 정말 뜻깊고 (많이 배웠습니다.)"
하지만 승원 씨가 졸업하고 나면 이 대학 한문학과는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국립경국대학교가 한자문화콘텐츠학 폐지를 비롯한 학사 구조 개선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 안대로라면 한자문학콘텐츠학, 중국어문·문화학, 지구환경과학, 스마트센서공학, 공연예술음악학 등 5개 학과는 202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을 예정입니다.
'입학 정원 감축'이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지정 당시 전제 조건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충원율이 떨어지는 학과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학교 전체의 경쟁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대학 측의 판단입니다.
◀정태주 국립경국대학교 총장▶
"2년 평균 재학생이 40명 미만으로 정했어요. 그 이유는 40명 미만이면 확보할 수 있는 교수 정원이 2명 정도밖에 안 되고요. 그러다 보면 교육 체계가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고···"
실제로 한문학을 포함해 구조조정 대상인 학과를 살펴보면 휴학생을 제외하고 학교에 출석하는 신입생 수가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발은 거셉니다.
대학이 교육부의 글로컬 지정에 사활을 걸 땐 'K-인문 세계 중심 공공형 대학'을 내세워 놓고선 정작 지정 이후, 인문학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배영동 국립경국대 문화유산학 전공 교수▶
"통폐합해서 흡수해 버린다고 하는 것은 인문을 내세워서 돈 받아서··· 토사구팽입니다. 기업도 붕괴하기 전에 회생할 수 있는 절차를 거칠 기회를 줍니다."
여기에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진 다른 인문학과들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인문문화학부 소속 학과의 3분의 1이 개편되면 신입생들의 불안감이 커져 남은 인문학 전공들까지 줄줄이 미달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김남기 국립경국대 학사 구조 개편 반대 비대위원장▶
"인문학의 본고장인 안동에서 인문학이 사라지는 끔찍한 현실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경북 북부 유일의 국립대학인 만큼 기초학문의 본령인 인문학의 토대를 지켜야 한다는 당위론과, 대학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단 현실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
오는 2040년이면 학령인구가 절반 이하로 급감할 거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대학의 구조조정 논의를 더 이상 대학 내부의 갈등으로 가둘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원종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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