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법무부는 2023년부터 '불법 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강제 단속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민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윤데 정작 우리 농어촌과 산업현장, 자영업자들까지 인력난에 단속을 멈춰달라 아우성입니다.
손은민 기자가 현장 목소리 먼저 들어봤습니다.
◀기자▶
5천㎡ 하우스에 다 자란 미나리가 절반 이상 남았습니다.
농민 김상수 씨 홀로 수확에 분주합니다.
하루 두세 시간 자며 당장 보내야 할 주문량만 작업 중입니다.
키가 더 커서 줄기가 꺾이면 상품성이 떨어져 한시가 급하지만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김상수 경북 청도군 농민▶
"새벽 2시 정도부터 내가 (수확하고) 저녁에 포장하고 하면 (오후) 8시, 9시 정도 되거든요. 잠시 눈만 붙이고 계속 일하는 거예요."
하우스 옆 작업장에서도 재배한 미나리를 다듬고 포장하는 사람이 한 명뿐.
64살, 이 마을에서 가장 어린 이웃인데 농사일을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손입니다.
유호2리 15개 미나리 농가 대부분 일손 없는 상황이 같습니다.
법무부의 미등록 외국인 단속 여파입니다.
◀김상수 경북 청도군 농민▶
"3개월 내지 길게는 4개월 동안 우리가 수확하는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농민 입장에서는 그네들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손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요."
평균 연령 75세인 동네에선 일할 사람 구할 길이 없고, 농가마다 파종하고 수확하는 시기 인력 사무소를 통해 미등록 외국인을 쓰고 있습니다.
농번기 때도 출입국 외국인사무소의 단속은 이어졌고, 김 씨 마을도 11월에 단속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3개 농가가 불법 취업으로 적발돼 일하던 작업자가 줄줄이 연행돼 갔습니다.
적발되면 농장주는 범칙금을 내야 하고, 미등록 외국인은 강제 추방당합니다.
대구 도심 먹거리 골목에 대형 식당도 주방일 할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최저임금의 1.5배를 준다고 해도 연락 오는 한국인이 없어 지역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을 썼다가 단속을 당했습니다.
◀대구 수성구 자영업자▶
"출입문 다 막고 뒤에 문 다 막고 화장실이고 테이블 밑이고 다··· 변명할 틈도 없고 말릴 틈도 없고 그냥 신원 조회해 보더니 바로 데리고 가버렸어요."
취업 자격이 없거나 정해진 시간을 넘겨 일한 외국인 3명이 잡혀갔고 사업주도 범칙금 700만 원을 냈습니다.
더 막막한 건 일할 사람을 또 구하는 겁니다.
◀대구 수성구 자영업자▶
"공고를 올리면 일주일에 한국 사람은 한 번 정도 전화와요. 외국인은 하루에 3명씩 전화가 옵니다. 당장 다 잡아가 버리면 일할 사람이 없으니까 또 외국인밖에 구할 수가 없는 거예요. 이 상황이···"
농어촌은 물론이고 대도시 건설 현장, 제조업체, 식당가까지 외국인 없이는 운영이 안 되는 상황.
정부는 서민 일자리를 보호하고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미등록 외국인 단속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단속 정책에 지역 사회가 시름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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