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12월 3일은 기습적인 불법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따른 민주주의 회복이 시작된 날이었는데요, 12월 3일은 UN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이기도 합니다. 장애인 역시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며 사람답게 살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보장하라는 취지로 만든 날인데요, 때로는 노골적인 혐오 앞에서 때로는 보이지 않는 차별의 벽 뒤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장애인들의 삶을 위해 애쓰는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근배 사무국장으로부터 장애인들의 현실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김혜숙 아나운서]
장애인들이 시설에 고립될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자립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힘써 온 분들이 있습니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는데요.
우리 지역 장애인의 권리 증진과 차별 철폐를 위해서도 활발하게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장애인 운동의 자립이라는 개념을 바르게 정립하고 잘못된 선입견을 바꾸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오늘 이 시간도 아마 도움이 되지 싶습니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근배 사무국장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네, 안녕하세요.
[김혜숙 아나운서]
예, 오늘이 마침 또 12월 3일이기도 해서요. 1년 전 밤, 참 느닷없었습니다.
모든 국민들에게 위기였을 텐데 장애인들에게는 이 비상계엄 선포, 그리고 그 일련의 긴박했던 정보들이 누락 없이 소외 없이 전해졌는지 또 장애인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거든요.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공교롭게도 12월 3일이 UN에서 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입니다.
그래서 이쯤에 장애인 단체들에서 여러 집회나 행사를 여는데요.
작년은 32번째 세계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관련돼서 국회에서 어떤 법률과 예산을 요구하는 활동들을 하던 중이었는데요.
이날 밤에 10시 30분경에 비상 계엄령 선포가 있었고 이 포고문에는 정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이런 것들이 표현돼 있었기 때문에 약간 혼란이 있었습니다.
[김혜숙 아나운서]
위기감을 느끼셨겠어요? 집회하러 올라갔는데···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맞습니다. 그래서··· 하지만 조금 바로 혼란을 바로잡고 국회에 시민들이 같이 모여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같이 저희도 연대를 했었습니다.
[김혜숙 아나운서]
안전했군요.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네,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에 새롭게 대선이 치러졌고, 이재명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국민 주권 정부임을 강조했었는데요.
그래서 이전과는 다르게 장애인의 권리 진전을 바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더딘 것 같아요.
장애계에서는 그간 발달장애인 가정의 사회적인 참사나 탈시설 자립생활 문제, 이동권 문제 이런 것들을 계속 정부가 알 수 있게 제기하고 있고 또 시민분들 호응도 이어지고 있어서 변화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혜숙 아나운서]
네, 지난 광장에서 겨우내 함께 보냈던 또 우리 국민들인데 그중에는 여성, 소수자, 청년, 농민 그리고 장애인도 있었습니다.
광장에서 장애인들도 또 우리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참여를 하셨을까요?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네, 맞습니다. 다른 시민들과 함께 마찬가지로 대구에서 열린 집회에 꾸준히 참여하고 또 기회가 주어지면 발언도 하고 또 단체인 경우에는 집회를 준비하는 네트워크에도 같이 참여하고 책임을 졌습니다.
집회에 발언을 하는 장애인 당사자는 자신이 살아왔었던 시설의 생활에 대해서 알리기도 했고 어려움에 대해서 알리기도 하고 또 그랬는데요.
저희가 놀랐던 것은 오히려 저희가 알지 못하는 시민들께서 직접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서나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서 그리고 차별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차별을 하지 말자' 이야기해 주셨던 것들이 되게 감명이 깊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집회 준비할 때는 시민사회의 장애 인식도 크게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서 집회에 나오는 영상에는 자막이 자연스럽게 있었고 무대에는 경사로가 설치되었었습니다.
그리고 수어 통역도 그 행사에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제공이 되었었고요.
이런 작지만, 큰 변화들이 결국 장애·비장애를 떠나서 시민들이 함께 만나고 연대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김혜숙 아나운서]
그리고 또 우리 지역에서는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올해로 20주년, 그 20년 동안 또 꾸준하게 그런 목소리를 내온 그런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얼마 전에 또 기념식 그리고 문화제, 생활 문화제도 열렸습니다.
20년 맞은 소회부터 들을까요?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네, 저희는 사람 센터라고 보통 줄여서 부르는데요.
사람 센터는 2005년에 만들어져서 20년간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람 센터가 처음 생겨난 이유는 단순히 정부에서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를 민간 차원에서 전달해 보자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 센터는 대구 지역의 중증 장애인을 위한 활동 지원 서비스 제도를 만들자는 운동을 하면서 만들어졌거든요.
이제 이 제도가 대구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큰 장애인 예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이 자립 생활의 핵심적인 제도가 되어 있습니다.
사람 센터의 미션이 장애인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동료로서 곁에 있는다인데요.
이번 20주년을 맞으면서 사람 센터와 자립 생활을 꿈꾸면서 살아가고 있는 동료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김혜숙 아나운서]
예, 그러면 장애인 자립이라고 하면 지금 소개해 주신 그 대목에서 장애인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게 자립입니까?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아, 네 맞습니다. 이 자립 생활은 흔히 가정이나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이동한다는 어떤 물리적인 공간 변화를 뜻하긴 합니다만 단순히 그것만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거기 핵심에는 자기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삶 자유 자율성 이런 가치들과 맞닿아 있는데요.
이제까지 장애인들을 둘러싼 국가 제도나 사회 환경이 이게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상태인 거죠.
일상적으로는 가게의 문턱 그리고 대중교통 수단들 그리고 병원의 치료 환경 사람들의 인식.
어쨌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장애인의 자율성이나 권리를 무시하는 환경과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고 이걸 바꾸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중에 장애인 거주 시설은 대표적인 장애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공간입니다.
한 국가의 대표적인 장애인 제도이지만 이 제도는 장애인에게 필요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해서 만들어졌거든요.
지금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의 80~90% 이상이 본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입소한 것이 아니라는 통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시설에 가지 않더라도 지역에서 적절한 지원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그게 자립 생활로 보통 표현되는 거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혜숙 아나운서]
그러니까 탈시설을 넘어서 궁극적으로는 자립에 이르기까지 지원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런데 또 흔히들 이해도가 좀 낮아서요.
"시설에 머무는 게 더 안전하고 도움 되는 건 아니야?"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예, 맞습니다. 그거는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는 당연한 생각이실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장애인 복지의 대표적인 형태가 시설이기 때문에 이 시설을 나가서 살 수 있도록 하자라는 주장이 마치 장애인 복지를 하지 말고 방치하자라는 주장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닌데요. 이 시설에서 안전하게 나와서 살 수 있으려면 지역사회의 시설 이상의 어떤 적절한 주거지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제도 그리고 치료 환경 같은 것들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지역사회 중심으로 제도를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더 비용 효과적이고 인권적으로도 당사자에게 낫다는 것이 국제적인 평가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일종의 돌봄 개혁이 초창기에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쉽게 상상하기가 어렵고 여러 논의나 찬반이 이루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요.
그럴수록 서로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혜숙 아나운서]
그렇다면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단순히 혼자 시설을 나가서만은 될 것 같지가 않고요.
꼭 수반돼야 하는 지원이라든가 제도 같은 것들이 필요할 것 같거든요.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시설에 계시는 장애인들에게 물어봤을 때 대표적으로 세 가지 정도의 제도가 꼽히고 있습니다.
하나는 시설을 나와서도 머물 수 있는 안정적인 주거 공공주택이 주로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일상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 주로 활동 지원 서비스가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초적인 생계인데요.
보통의 시설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기초생활 수급권을 갖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리고 현재는 부양 의무 제도도 어느 정도 폐지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제도들을 조합하고 또 모자란 부분들을 채워 나가면서 자립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혜숙 아나운서]
그렇다면 대구시는 장애인들의 자립에 대해서 어느 정도 준비를 했던 것으로 제가 기억하고는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고 또 지원 의지는 어떤지요?
그리고 또 지난 12월 1일에는 장애인들이 또 거리로 나서셨잖아요.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네, 맞습니다. 대구시는 2010년 이후부터 꾸준하게 서울에 이어서 탈시설 자립 지원 추진 계획이라는 자체 계획들을 시 차원에서 발표하면서 이 관련된 인프라를 만들고 현재 200명 이상의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 생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준표 시장 들어서부터는 관련된 정책들이 거의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12월 1일에도 대구시의회 그리고 대구시청을 찾아서 관련된 예산과 제도들을 확대하라라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전시성 행정에 대해서 같이 규탄을 하고 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공간이 프러포즈존입니다. 여기에 투여되는 예산이 100억이 넘는 상황이다 보니까 사실 저희가 요구하고 있는 당장의 예산을 다 합쳐도 100억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너무나 정책의 우선순위나 예산의 어떤 적절함 이런 부분들이 장애인에게는 너무나 좀 균형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혜숙 아나운서]
예, 그런 시에 대해서 필요에 대한 목소리도 요구하시고 또 장애인 자립을 위해서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20년간 유지돼 왔습니다.
그간 어떤 부분 지원해 오셨습니까?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사람 센터는 지난 20년간 100명 정도의 장애인이 직접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와서 살아가는 걸 지원해 왔습니다.
대구시와 중구의 자립생활 주택을 통해서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이 2년에서 6년 동안 사회 적응을 위한 준비를 하고 이후에 본인 주거지를 구해서 완전 독립하는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데요.
대부분 그렇게 하다 보면 스스로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들을 이제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본인의 마음도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한 200명 정도의 장애인에게 1개월 정도의 장기간 지역사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장기 체험들을 제공하고 있고요.
이 인원들은 직접 지원한 수만을 말하는 것이고 이거 외에도 활동 지원 서비스나 발달장애인 자립 지원 여러 낮 활동 지원이나 일자리 지원, 이런 각종 자립생활 지원들을 하고 있습니다.
[김혜숙 아나운서]
이렇게까지 이어오셨다는 건 장애인들이 자립해서도 또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기 삶을 영유해 가는 것 꾸려 나가는 또 그런 선 사례를 많이 보셨기 때문일 텐데요.
현장에서 장애인 운동 하고 계시기도 하지만 또 장애학 연구로 박사 학위도 받으셨습니다.
끝으로 또 자립 탈시설과 관련해서 우리 청취자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박사님으로서.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사실 저는 자립생활이 장애인에게 민주주의의 한 시민으로서 당신도 주체이고 당신의 목소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당신의 결정과 당신의 자유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굉장히 맞닿아 있다고 하는 것을 알려주고 인정해 주고 권리로써 보장하는 그런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때까지 80년대에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그 가운데에서 있었던 이 소외된 사람들이 민주주의 시대에 새로운 주권자로서 확인이 될 수 있고 또 그 권리가 보장될 수 있어야 우리 사회에도 조금 더 지속 가능하게 어떤 민주주의적 발전들을 이루어 나가는 데 동력이 더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혜숙 아나운서]
예,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정말 갈구했던 게 민주주의이고 지금 되찾았는데 거기에서 누구도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의미 있는 말씀 고맙습니다.
[전근배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네, 감사합니다.
[김혜숙 아나운서]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근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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