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구 지역은 12월 첫째 주 기준으로 105주 연속 매매가격이 하락했습니다.

이런 장기 하락 추세 속에서도 눈에 띄는 건 대구의 아파트 전셋값이 9월 넷째 주 이후 10주 연속 오르고 있다는 건데요.

전통적으로 전셋값은 매매가격의 선행 지표로 알려져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대구의 전세가 상승을 매매 시장 회복의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합니다.

대구 아파트 매매가 105주 연속 하락···전셋값은 9월 말 이후 오름세로 돌아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 기준으로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105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전셋값은 최근 미묘하게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부터 약 2년째 내림세가 이어지다가 9월 넷째 주(9월 22일 기준)부터 대구 아파트 전셋이 상승 전환한 뒤 12월 첫째 주까지 1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수성구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대구 전체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전세 공급 감소와 계절적 수요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격 상승의 선행지표라고 알려져 있지만,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지역별 공급 상황과 시장 심리, 금리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서 봐야 한다는 겁니다.

대구·경북 부동산분석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병홍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는 전세 물량 공급 감소와 계절적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벌어진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전세 사기가 만연했잖아요. 그래서 임대차 시장에 전세 물량이 많이 줄었거든요. 그런데 신학기가 되니까 거주 수요가 있는 거고. 그러니까 전세 공급 파이가 줄었는데 계절적 요인에 의한 전세 수요가 늘면서 가격 상승을 좀 유발시켰고요. 두 번째로 대구 지역은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조금 지워지지 않았다, 저는 좀 그렇게 보거든요. 매매로 가야 될 수요도 일부 전세 수요로 이렇게 좀 넘어왔기 때문에 전세 수요가 조금 증가해서 그래서 가격이 상승했다, 저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리치고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8월 기준으로 최근 1년간 대구의 전월세 매물은 1만 4,703건에서 8,889건으로 줄며 감소 폭이 39.5%에 달했습니다.

전세는 7,413건에서 4,169건으로 44% 줄며 감소세가 월세보다 가팔랐습니다.

"10.15 부동산대책 '낙수 효과' 기대 어렵다"···입주 시장만 '반짝' 관심
11월 아파트 입주전망지수가 전국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대구는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도권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일부 누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입주 시장에서만 제한적으로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구는 아파트 신규 공급이 적고 미분양이 감소하는 형태를 보이면서, 단기간 소비 가능한 입주 시장에서 관심도가 좀 높아지고 있는 상태라며, 장기적인 전망은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장기적인 불확실성, 불확실 요소들이 해소되지는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분양시장까지 긍정적인 영향이 확대될 걸로 보이기는 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병홍 교수는 10.15 부동산대책으로 수도권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방 광역시로 수요가 이전되는 이른바 낙수 효과에 대해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10.15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더 수도권 내지는 똘똘한 한 채의 쏠림 현상을 더 가속화시킨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높은 분양가와 이른바 VIP 마케팅으로 화제가 됐던 수성구 범어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청약 결과가 저조하게 나타난 것에서도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종합하면, 최근의 대구 아파트 전세가 상승 현상을 부동산 시장의 회복 신호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우세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