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49년 전, 안동댐 건설 이후에도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지장 가옥'이라고 불리는 집들이 있습니다.
큰비가 내리면 이 집들이 물에 잠겨 안전 문제도 컸는데요.
2026년쯤 주민들이 모두 이주하기로 했습니다.
차마 떠나지 못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김서현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기자▶
1976년 안동댐이 준공되면서 54개의 자연부락이 물에 잠기고, 2만 명이 넘는 수몰민들이 새 터전을 찾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50년 가까이 안동댐을 떠나지 못한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정부 보상을 받아도 조상대부터 살던 집을 차마 떠나지 못하거나 떠날 여력이 없었던 가구가 47채.
댐 운영에 지장을 준다며 '지장 가옥'으로 불렸습니다.
◀이춘연(82) 안동시 계곡리 이주민▶
"'죽어도 난 여기서 죽어 묻혀야 한다'고 얘기를 해서 여기 살았어. 정도 많이 들었지만, 그 집 몸서리나서 이제 떠나면 좋겠다 싶어도 떠날 용기가 없어. 집을 지어야 나갈 텐데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무엇보다 주민 안전이 문제였습니다.
안동댐 상시만수위 160미터, 계획홍수위 161.7미터보다도 낮은 곳에 집이 있다 보니 태풍 등 집중호우가 내리면 잠길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서미경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차장▶
"태풍 '매미'랑 '루사' 때 실제로 여기 앞까지 물이 다 차서 가옥이 침수된 적이 있었거든요. "
2026년 상반기 철거를 앞둔 집입니다. 큰비가 내릴 경우 제가 서 있는 이 집 마당까지 물이 들어찰 수 있습니다.
이주와 주택 철거가 시급했지만, 대부분이 80대가 넘는 어르신들이라 그동안 난항을 겪어 왔습니다.
그런데 2026년 상반기쯤 이 문제가 모두 해소될 전망입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023년부터 행정과 철거 비용 지원 등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면서 47채 중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8채를 제외하고 모두 철거될 예정입니다.
이미 26가구는 이주를 마쳤습니다.
◀이춘연(82) 안동시 계곡리 이주민▶
"이제 여기 (이주해) 있으니, 물이 들어와도 비가 암만 와도 걱정이 없고 우리 딸이 '이제 엄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기자▶"섭섭하진 않으셨어요?"
◀이춘연(82) 안동시 계곡리 이주민▶
"안 섭섭해요. 하도 오래 살아서 떠나면 좋다 싶지요, 마음으로. 그래서 (수자원공사가) 많이 도와줘서 이리로 왔으니 다행이에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터전을 옮기기로 마음먹은 데는, 여러 차례 주민들과 다른 지역에 있는 자녀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듣고 지난 50년의 아픔을 공감했던 공사 직원들의 노력도 있었습니다.
◀김태수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대리▶
"1년 반 동안 한 달에 못해도 두세 번씩 찾아뵈면서 어르신께 말동무도 해드리고 저희의 상황과 현재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할아버지의 심경이 많이 변화가 되신 부분이 있다 보니까 '정든 집을 떠나는 게 마음이 좋지는 않지만 떠나야 할 때가 됐나 보다'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저희 마음도 굉장히 아팠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댐 인근 주택 철거를 통해 안동댐 전체 저수량 12억 5천만 톤 중 그동안 운영하는 데 제약이 있었던 1억 3천만 톤의 물그릇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1억 3천만 톤이면 청도 운문댐의 최대 저수량과 비슷합니다.
이에 따라 용수와 에너지 공급도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서미경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차장▶
"댐 운영 제약사항이 완전히 해소가 됨으로써 확보된 저수용량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용수 공급을 해서 안동시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에 안정적으로 물 공급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득인 것 같습니다."
안동댐이 준공된 지 반세기, 고향을 떠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가 긴 세월 끝에 이제 마침표를 찍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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