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전격 타결되자 대구 지역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 업계는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수출의 주요 부담 요인이었던 높은 관세 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인데요.
다만 세부 품목별로 관세 인하 효과가 다르게 적용되는 복잡한 변수들이 있어 장기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철강 및 알루미늄 함유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유지 방침은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 관세 25%→15% 하락···"수출 경쟁력 회복"
이번 협상의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대구 지역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부품의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된다는 점입니다.
대구 지역에서 자동차 부품은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대미 수출액 기준 1위 품목으로, 전체 대미 수출액의 21.6%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2025년 들어 미국의 관세 인상 등의 여파로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지역 업계는 이번 관세 인하가 수출 경쟁력 회복과 경영 안정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수출 감소세가 회복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5%에 달하던 관세 부담이 15%로 낮아지면, 기업은 납품단가와 판매 가격 모두 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며 "최근 고환율과 물류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국에 현지 생산법인을 둔 기업들은 직접적인 관세 인하 효과를 체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완성차 관세 인하로 인한 ‘간접 수출’ 확대 기대
이번 관세 협상 타결은 부품 자체의 관세 인하뿐만 아니라 완성차 관세가 일본이나 유럽과 동일한 15% 수준으로 조정된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대구 지역 자동차 부품 기업 대다수는 현대나 기아 등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한 뒤, 이 완성차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간접 수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완성차에 부과되던 25%의 높은 관세는 수출량 감소를 유발했고, 이는 다시 부품 업체의 수주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습니다.
이번 관세 인하로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반대로 '완성차 수출 회복 → 부품 수요 증가 → 지역 수주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기대됩니다.

여전한 우려···철강·알루미늄 함유 부품의 '차등 관세'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은 품목 관세는 여전히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된다는 점은 지역 업계의 큰 우려 사항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는 자동차 부품 중에서도 철강이나 알루미늄 함유율이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함유량에 따라 관세가 차등 적용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 플라스틱이나 고무류 부품은 15% 관세 인하의 직접적인 수혜를 보지만, 차체 프레임, 서스펜션, 휠 등 금속 함유 부품은 관세 인하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고율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지역 자동차 부품 산업 관계자들은 "자동차 부품에 철강이나 알루미늄이 들어가지 않는 제품은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자동차부품이라 하더라도 소재 구성 비중에 따라 실제 체감 효과는 품목별로 다를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복잡한 차등 관세 적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의 관세 품목 분류 표(MTI 코드)와 함량 비율에 대한 기준이 서로 일치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 기준을 정립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적인 변수와 대응 전략···공급망 현지화 확대
단기적인 관세 인하 효과와는 별개로,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완성차 생산 비중 확대라는 변수가 잠재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내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국내 중소 협력업체의 수주 물량이 줄어들고, 반대로 미국 현지 부품 공급망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역 부품 업체들은 이러한 공급망 재편에 따른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대구상공회의소 이상길 상근부회장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만큼, 특별법 제정 등 후속 조치가 신속히 추진되어 지역 기업들이 조속히 관세 인하 혜택을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대구시 해외 사무소 등을 통해 현지 비즈니스 활동과 바이어 발굴 등 지역 기업의 통상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은?···"정보 제공과 긴급 자금 지원"
현재로서는 정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합니다.
철강·알루미늄 함유 부품에 대한 차등 적용 우려와 관련해, 정부는 품목별 철강/알루미늄 함량에 따른 관세 부과 기준을 해당 기업들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당장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철강이나 알루미늄 관련 기업들에 대해서는 긴급 자금 지원을 통해 일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고, 수출선 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은 대구 자동차 부품 산업에 오랜 가뭄 끝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지만, 그 혜택이 모든 기업에 균일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 플라스틱 및 고무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에게는 즉각적인 수출 호재가 될 것이 확실하지만, 금속 부품을 다루는 기업들은 여전히 50% 고율 관세의 그림자 아래에서 복잡한 관세 적용 기준을 기다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번에 합의된 관세 인하 조치는 대미 투자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우리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부터 소급 적용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 중 실제 적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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