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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북부와 '한글 불경'의 탄생

홍석준 기자 입력 2025-11-03 07:30:00 조회수 28

◀앵커▶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든 지 50년도 채 안 돼 조선 백성들 사이에서 널리 쓰였습니다.

새 문자가 이렇게 빨리 자리를 잡은 배경에는 한글로 번역된 불교 경전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홍석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봄 초대형 산불은 의성의 1,500년 고찰인 운람사도 집어삼켰습니다.

불상 두 개만 간신히 화마를 피했습니다.

그런데 불상의 복장을 열자, 미처 예상 못 한 한글 불경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현장음▶
"한글 나왔다! 한글 나왔습니다!"

500년 전 초기 한글의 형태를 간직한 한글 불경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3년 안동 광흥사 인왕상에선 월인석보 네 권이 나왔고, 영주 희방사에도 월인석보 두 권이 있습니다.

모두 한글 창제 직후 한글로 번역된 불경들입니다.

◀이광휘 동국대학교 도서관 과장▶
"15세기 중엽의 한글 연구 및 한자음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북 북부 사찰에서 초기 한글 자료들이 잇따라 발굴되고 있는 건, 조선 세조가 만든 한글 불경 인쇄소인 간경도감 7곳 중 두 곳이 안동과 상주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광 고려대학교 교수▶
"세종보다도 세조가 한글을 보급하는 데, 더 열심이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버지를 도와서 만든 자기의 중요한 업적의 하나였으니까···"

종교 경전이 문자 보급에 주요 역할을 한 건 유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귀족들의 언어 라틴어로 된 성경을 16세기 독일어로 번역되면서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됐고 독일어 표준화로

이어졌습니다.

◀클라우스 키프 독일 아헨대학교 중세 독일어학과 교수▶
"한마디로 종교는 중세 전체에 걸쳐 민중 언어를 문자로 기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 세종과 세조 때 집중적으로 이뤄진 한글 번역의 80% 이상은 불경이었고, 한글 불경이 통로가 돼 한글은 빠르게 백성들의 문자로 자리 잡게 된 겁니다.

◀김무봉 동국대학교 교수▶
"훈민정음 창제하고 겨우 40년 남짓 된 시간에 한글 편지를 썼다는 것은 그 당시에 어떤 다른 책들이 만들어지지 아니하고 주로 불경언해가 만들어졌는데, 그만큼 이 불경언해가 훈민정음 확산에 기여했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광흥사가 속한 조계종 16교구는 한글 보급의 교두보 역할을 한 한글 불서들의 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조사를 시작하는 등 한글 확산과 경북 북부 지역의 역할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홍석준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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