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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의대 열풍' 주춤, 4대 과기원 수시 경쟁률 '역대급'···이공계 인재 'U턴' 신호탄?

심병철 기자 입력 2025-11-01 14:00:00 조회수 19


극심한 '의대 쏠림' 현상이 한풀 꺾이고, 최상위권 인재들이 다시 이공계로 눈을 돌리는 'U턴'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2026학년도 대학입시 수시모집 결과,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의 경쟁률은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의약학 계열 지원자 수는 5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4대 과기원 경쟁률 14.14대 1 '역대급'
최근 마감된 2026학년도 4대 과학기술원(KAIST, GIST, DGIST, UNIST) 수시모집 지원 결과, 평균 경쟁률은 14.14대 1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2학년도의 8.77대 1과 비교해 가파르게 상승한 수치로,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학교별로는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가 27.85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이어 UNIST(울산과학기술원) 17.03대 1, GIST(광주과학기술원) 15.49대 1 순입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8.47대 1로 4대 과기원 중 경쟁률 자체는 가장 낮았습니다.

그러나 지원자 수로는 6,991명을 기록하며 2023학년도(3,678명) 대비 4년 만에 약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와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이공계 기피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입니다.

이러한 이공계 선호 현상은 일반 대학의 대기업 계약학과 및 AI 관련 학과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전국 9개 대학의 대기업 계약학과 수시 지원자 수는 8,892명으로 전년(8,631명)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안정적인 취업 보장과 더불어, 첨단 기술 분야 인재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국내외 사례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례적'인 의약학 계열 지원자 감소
반면 수년간 최상위권 학생들의 '블랙홀'로 불렸던 의약학 계열의 인기는 눈에 띄게 식었습니다.

2026학년도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 등 의약학 계열 전체 수시 지원자 수는 11만 2,364명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적었습니다.

특히 의대 지원자 수 감소 폭이 컸습니다.

2025학년도 1,500명 증원 여파로 7만 2,351명에 달했던 의대 지원자 수는 모집 인원이 원상 복귀된 2026학년도 5만 1,194명으로 2만 명 이상 급감했습니다.

입시 업계에서는 이를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보면서도,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대 모집 인원이 비슷했던 2024학년도(5만 7,192명)와 비교해도 6,000명가량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까지 모든 계열 지원자가 동시에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AIST의 '역주행'···교육 혁신과 인재 유지 성과
이러한 흐름 속에서 KAIST의 성과는 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KAIST는 지원자 수 급증뿐만 아니라, 재학생 이탈 방지에도 성공했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 시 KAIST 재학생들의 의·치학 계열 이탈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실제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의·치학 계열 진학을 위한 자퇴생은 2022학년도 58명에서 2024학년도 44명으로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학부 전체 중도 이탈자 수도 같은 기간 126명에서 96명으로 줄며 재학생 정착률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KAIST는 이러한 성과의 배경으로 학생 중심의 교육 혁신을 꼽았습니다.

입학 시 학과를 정하지 않는 '무학과 제도'와 학생이 원할 경우 성적표기를 유보하는 'PNR 제도(Pass or No Record)'를 도입해 진로 선택의 자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

또한 단순 성적 위주가 아닌 학생부, 자기소개서 등을 종합 평가해 'KAIST DNA'와 진학 의지를 가진 학생을 선발해 온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한 조사에서 10~50대가 KAIST를 '가장 우수한 대학' 1위로 꼽은 것 역시, KAIST의 혁신과 경쟁력이 세대의 가치 변화와 맞물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AIST를 선택하는 이공계 인재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대학의 교육·연구 경쟁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며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최고의 이공계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수시모집 결과가 정시모집까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연 계열 상위권 학생들이 이공계 쪽으로 다소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정시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난다면 의대 선호 현상에 변화가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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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병철 simbc@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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