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 부동산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중단된 곳이 많습니다.
대구의 한 소규모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선 기존 아파트를 철거한 지 3년이 넘도록 착공이 되지 않아 조합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는 사이 조합원들이 내야 할 돈이 4배 가까이 올랐고 언제 공사를 시작할지 기약도 없습니다.
도건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구시 북구 침산동의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입니다.
9천여㎡ 빈터에 잡초만 무성합니다.
3년 전 주민들이 모두 이주하고 건물도 철거했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시공사가 재건축조합에 보낸 입찰 제안서를 보면, 이주 완료 후 4개월 이내 착공을 한다고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공사 일정이 계속 미뤄지자, 재건축조합은 착공을 독촉하는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습니다.
시공사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착공 시점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답만 내놨습니다.
◀우성제 재건축조합장▶
"(시공사에서) 공사비를 어디서 재원을 마련해 줄 것이냐. 그러면 중간에 공사가 중단이 된다 하면은 그동안에 공사비 들어가는 이자에 대해서 또 우리가 계속 부담을 갖고 가니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를 할 것이냐···(하며 착공을 미루고 있다.)"
오랜 줄다리기 끝에 3.3㎡ 당 500만 원가량이던 건축비를 40% 넘게 올려달라는 시공사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조합원 부담금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전용면적 136㎡ 아파트에 살다가 집을 줄여 84㎡짜리 새 아파트로 옮겨가는 조합원을 기준으로 사업 초기 부담금은 8천만 원이 조금 안 됐습니다.
그런데 오른 공사비를 기준으로 부담금을 다시 계산해 보니, 3억 원대 초반으로 4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조합원들이 내놓은 기존 아파트의 재산 평가금액은 떨어지고, 반대로 공사비는 올랐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담까지 떠안았지만, 시공사는 부동산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다시 사업을 연기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수미 재건축조합원▶
"저희는 지금 밤에 잠을 못 자고 있어요. 저는 실제로 신경 안정제 먹고 있거든요. 이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요."
이곳은 재건축조합이 시행사 역할을 맡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분양이 잘 돼 수익이 나도, 안 돼서 손실이 나도 조합 몫이 됩니다.
시공사는 무리하게 착공했다가 미분양이 발생하면 공사비를 못 받을 수 있다며, 조합원 부담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시공사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고 조합원 개개인의 이익과 사업의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소통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새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보금자리를 내놓은 조합원들은 3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양종려 재건축조합원▶
"집이 오래됐든 말든 그냥 살고 싶은 심정이에요."
하지만 이미 살던 보금자리는 흔적 없이 사라졌고, 새집 마련의 꿈은 언제 이뤄질지 몰라 속만 태우고 있습니다.
MBC 뉴스 도건협입니다. (영상취재 이승준, 그래픽 한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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