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선시대 지방 교육을 담당했던 서원은 영남에선 노론에 밀린 남인들이 세력을 규합하는 정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경상도에서 노론 계열의 서원은 극소수에 불과했는데요,
영남 노론계 서원의 대표 격인 경북 상주의 흥암서원이 최근 국가 사적으로 지정 예고되면서, 서원을 둘러싼 조선의 지역 정치 지형이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홍석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 상주 흥암서원 강당이 모처럼 지역 유림들로 북적입니다.
동춘당 송준길을 배향한 사당에 분향례를 올리며 사적 지정의 기쁨을 나눕니다.
흥암서원이 문을 연 건 조선 숙종 때인 1702년.
조정에서 노론에 밀려난 영남 남인들이 지방의 기존 서원들을 교두보 삼아 결집하자 노론 측에서 새 서원 창건으로 맞불을 놓은 겁니다.
숙종 임금은 직접 쓴 어필을 내려보내며 노론에 힘을 보탰는데 현판으로 남아 있습니다.
◀채광수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충북) 괴산에 화양동 서원이 있습니다. 노론의 성지이죠. 그것과 버금가는 서원을 만들어야겠다고 해서 기획된···"
노론계 서원은 건물 구조도 달리했습니다.
안동의 도산서원, 병산서원은 강학을 하는 강당 앞에 유생들의 거처인 동재와 서재가 있지만, 흥암서원은 강당 뒤에 위치해 차이를 보입니다.
관료가 원장을 겸임한 점도, 중앙 정치와 긴밀하게 소통한 노론계 서원의 특징입니다.
◀채광수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 연구교수▶
"흥암서원은 영남 노론계 전체를 대변했던, 그러니까 국가(조정)에서 정책을 입안했을 때 그것을 지지하는 여론을 여기서 영남 여론을 수렴했던 그런 기능을 분명히···"
서원이 국가 지정 문화재로 지정되는 건 전국에서 13번째, 상주에선 황희 정승을 배향한 옥동서원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흥암서원이 조선 후기 영남의 지방정치 지형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선, 때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중식 상주 흥암서원 원장▶
"회원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노론의 세력이 이쪽에는 적습니다. 참 마음고생이 좀 심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번에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는 그런 영광을 안게 되어서···"
◀이승은 상주시 국가유산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들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아주셨습니다. 그런 부분을 종합 정비계획에 담아 앞으로 체계적으로···"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서원에 대한 관광 자원화 시도가 활발하게 이어지는 만큼, 흥암서원에 대해서도 다양한 각도의 재조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 뉴스 홍석준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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