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딸기의 고장 경북 고령군에서는 여름에 딸기의 어린 모를 키워서 9월 초순이면 '아주 심기'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상기후가 기승을 부리면서 '아주 심기'가 늦어지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는 양상입니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재배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이 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서성원 기자입니다.
◀기자▶
풀 한 포기 없이 텅 비어 있던 온실에 다시 생기가 돕니다.
여름내 정성껏 키운 딸기의 어린 모를 '아주 심기' 하는 날입니다.
다른 농가보다 빠른 편이지만, 예년보다는 일주일은 늦습니다.
모는 병 없이 잘 키웠지만, 꽃눈이 생기는 걸 기다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헌광 0000 영농조합법인 대표▶
"(꽃눈이 생기기 전에) 정식 포에 들어오면 육묘장보다 조건이 너무 좋잖아요. 밥도 많은 데다가 수분도 많고 이러니까 모가 생식생장으로 안 바뀌고 영양생장으로 바뀌니까 꽃이 아예 늦게 필 수가 있죠. 1월에 딸기 딸 수도 있습니다."
꽃눈이 생기는 적정 온도는 10도~25도 사이인데, 2025년 8월 중순부터 9월 초순 사이 고령군의 평균 기온은 27.7도나 됐습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보다는 0.5도, 1997년부터 2020년 사이와 비교하면 3.3도나 높습니다.
아주 심기가 늦으면 꽃 피고 열매가 달리는 시기가 늦어져 수확도 덩달아 늦어질 수밖에 없지만 최근 이런 일은 반복되는 양상입니다.
◀이헌광 0000 영농조합법인 대표▶
"수확이 늦어지면 비쌀 때 딸기를 못 따니까 그런 문제도 있고요."
이에 따라 안정적인 재배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고령군은 현미경으로 꽃눈 발달 단계를 확인하고,
만약 꽃눈이 생기기 전에 아주 심기를 했다면 1~2주는 물만 줄 것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전연주 경북 고령군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농가에서 만약에 미분화(꽃눈 안 생긴) 묘(모)를 심었을 때 양분을 많이 주게 되면 딸기 꽃눈이 다시 잎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분화 묘(모)를 정식(아주 심기)했을 때는 맹물 관수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늦더위 등 이상기후로 온실 환경 변동이 커진 만큼, 아주 심기 이후 수확기까지 관리를 위해 안개 분무 시스템 등 온습도 조절 시설 설치 지원에도 나섰습니다.
◀전연주 경북 고령군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고온의 온도를 낮춰주는 효과도 있고 무인 방제의 효과도 있기 때문에 농가의 노동력을 절감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헌석 0000 농장 대표(안개 분무 시스템 도입)▶
"몇 년 전만 해도 농사가 쉬웠는데 갈수록 하늘이 무서워요, 힘들고 하니까. 농사를 제가 25년째인데 힘들어요. 데이터가 안 맞고 맞출 수도 없고 그래서 환경 제어 쪽으로 좀 도움이 안 되겠나 싶어서···"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일상이 되면서 이를 이겨내기 위한 농가와 지자체의 노력도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고 있습니다.
MBC NEWS 서성원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그래픽 한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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