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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이 문제, 큰 병은 서울로"···의료 취약지 가보니

김서현 기자 입력 2025-09-09 17:55:00 조회수 9

◀앵커▶
우리나라는 이제 'K-의료', 의료 강국을 자부하지만, 경북 농촌에서는 여전히 딴 세상 얘기 같습니다.

그만큼 의료 불평등이 심각하기 때문인데요.

경북의 열악한 의료 여건과 국립대 의대 유치 현황을 짚어봅니다.

의료 취약지 주민의 목소리를 김서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아침 9시, 보건소가 열기만을 기다렸던 어르신들이 접수실로 하나둘씩 들어옵니다.

경북 봉화 물야면에 사는 83살 최덕춘 어르신은 평소 다니던 영주 소재 병원까지 가기 수고로워 대신 보건소를 찾았습니다.

2024년부터 봉화 농어촌 버스 요금이 무료화된 덕도 있습니다.

◀최덕춘(83) 봉화군 물야면▶
"나는 오늘 의사한테 물어보러 왔어. 약을 여기서 탈 수 있나. 영주 가면 (약을) 많이 안 줘요. 며칠 치만 주고. 영주 나가는 버스는 2,600원 줘야 해. (영주) 적십자병원 같은 데 가려면 택시 타면 한 6천 원 나오지."

약 처방만 받는 경우라면 그나마 낫습니다.

수술 이력이나 지병으로 검진을 받기 위해 안동이나 서울 소재 병원까지 가는 건 봉화 주민에게 예삿일입니다.

안동도 차량으로는 1시간이면 가지만 버스로는 왕복 4시간이 걸립니다.

◀김남훈(82) 봉화군 명호면▶
"명호면에 있는데, 봉화읍까지 나와서 봉화읍에서 안동 직행 가는 게 별로 없어요. 하루 두 번인가, 세 번인가밖에 없거든요. 영주로 나가요. 영주에서 버스 타고 가서 안동 가서 거기서 택시 타고 안동병원 가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불편하지요."

만약 분초를 다투는 응급 질환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봉화군 관내 응급실이 1곳 있고, 닥터헬기로 긴급 운송도 가능하지만, 늘 적잖은 불안을 안고 있습니다.

◀봉화군 재산면 70대 주민▶
"일하다가 저도 작년에 119 타고··· 아프면 서울로 오라 그러는데 멀어서"

관련 통계도 의료 사각지대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혈관 질환자의 1시간 내 병원 이용률은 평균 58%입니다.

하지만 이곳 봉화군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9%에 불과합니다.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건수도 봉화군은 인구 10만 명당 45명으로, 전국 평균의 2배가 넘습니다.

봉화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응급실을 30분 안에 갈 수 없는 인구 비율은 영양과 영덕 주민들이 99%에 달합니다.

의성, 봉화도 절반이 넘습니다.

2차 병원의 외과 진료를 받으려 해도 울릉, 청송, 영양군 주민들은 1시간 내 접근이 어렵습니다.

특히 3시간 안에 상급종합병원에 접근할 수 없는 인구 비율, 전국 평균은 6%가 안 됩니다.

하지만 영양군 10명 중 9명, 봉화군 10명 중 7명은 3시간 안에 상급종합병원에 도착할 수 없습니다.

2023년 기준 경북의 '치료 가능 사망률', 즉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비율은 인구 10만 명당 47.91명으로, 가장 낮은 울산보다 약 11명 더 많았습니다.

경북은 가까운 대도시인 대구권을 제외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없습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CG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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