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독립 유공자로 서훈을 받은 일본인은 단 두 명뿐입니다.
일본 법정에서 우리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한 후세 다쓰지 변호사, 그리고 문경 출신 독립운동가 박열의 아내로 일왕을 암살하려다 붙잡힌 '가네코 후미코'가 그 주인공인데요.
후미코의 유해가 안장된 문경에선, 서거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 맞춰 여러 행사를 준비 중입니다.
홍석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17년 개봉한 영화 '박열'.
일왕을 암살하려던 박열의 동지이자 아내였던 가네코 후미코의 극적인 인생사가 화제가 되면서 230만 명의 관객이 몰렸습니다.
후미코 역을 맡아 그해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배우 최희서 씨는 경북 문경에서 열린 후미코 추도식을 찾기도 했습니다.
◀배우 최희서 (2017년 7월)▶
"혹시 적막한 나의 마음을 채워주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 새싹을 피워 올리고 있는 상록수 한 가지를 내 묘석 앞에 산뜻하게 놓아 주세요."
국적과 국경을 뛰어넘어 일제에 맞섰던 가네코 후미코.
국내 단둘뿐인 일본인 독립 유공자.
그녀의 서거 100주년이 2026년으로 다가오면서 한일 양쪽에서 추모 분위기가 뜨겁습니다.
그녀가 7년을 보내며 식민지 조선과의 연대감을 키운 지금의 세종시 부강면에선 그녀의 소학교 학적부가 발굴됐고, 일본의 후미코 연구자들도 박열 기념관을 연이어 찾고 있습니다.
◀우성민 박열 의사 기념관 학예연구사▶
"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발언들을 토대로 후미코의 사상, 독립운동도 그렇고 더 넓은 범위에서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식민지 청년을 도와 천황제에 정면 도전한 후미코의 투쟁과 죽음은 당시 일제를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후미코의 유해를 수습하러 일본을 찾은 박열의 가족들은 감시 대상에 올랐습니다.
무려 22년의 옥고를 버텨낸 박열이 전쟁 통에 다시 납북되면서 후미코는 99년째 남편 고향을 홀로 지키고 있습니다.
◀박영수 충남 천안시 병천면▶
"일본 여성으로서 우리 한국에서 와서 한국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하는 분 같아요"
가네코 후미코 여사 묘소의 왼편은 이렇게 비워져 있습니다. 북에 묻혀있는 박열 의사와 언젠가는 합장하는 걸 염두에 둔 겁니다.
박열 기념관은 후미코 서거 100주년인 2026년에 학술대회와 관련 영화제를 준비 중입니다.
특히 박열 의사가 묻힌 북한 묘역 방문과 이장 가능성을 타진하기로 했습니다.
◀서원 문경 박열 기념관 이사장▶
"무엇보다도 가네코 후미코 여사님의 정신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을 찾아서 한일 관계도 미래 지향적 발전적 관계로 정립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춰서···"
일본 제국주의 한복판에서 식민지 해방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염원했던 한일 청춘들의 외침이 100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소환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홍석준입니다. (영상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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