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의성 고운사가 지난 3월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사찰림을 불교 종단 최초로, '자연 복원'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불교계, 연구자, 또 환경단체가 협력해, 광범위한 산불 피해지의 변화를 조사하고, 산림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첫 사례입니다.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부슬비가 내리는 여름 사찰.
240여 헥타르에 달하는 숲은 검고 붉게 그을렸고, 경내엔 깨진 범종과 기와가 여전히 내려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새 살아남은 활엽수가 새싹을 틔웠고, 너구리와 박쥐 같은 야생동물들이 찾아오며 숲에 조금씩 숨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등운 경북 의성 고운사 주지▶
"우리 고운사의 자연은 굉장히 환경이 열악합니다. 바위산 위에 흙이 조금 있는 거기에 식생들이 의지하고 산다는 게, 인위적으로는 저 식생들을 살릴 수 없어요. 너무나 흙이 양이 적어서. 그래서 자연에게 맡겨둬서 가장 경쟁력 있는 식생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이 환경에는 가장 적절하구나···"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본사 고운사는 불교 종단 최초로 산불 피해를 입은 사찰림을 '자연 복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부분의 사유림은 산불 피해목을 베어내고 다시 심는 인공 조림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고운사 사찰림만큼 피해가 광범위한 사유림을 대상으로 자연 복원을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첫 시도입니다.
전문가들은 척박한 사찰림에 임도를 내고 산불 피해목을 벌채하는 것보다 자생하는 수목과 생태계의 변화를 우선 지켜보고 장기적인 복원 계획을 수립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교수▶
"진단도 없이 산주 요구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부적절한 수종들인 소나무나 잣나무 이런 것들 자체가 주로 많이 심어져 온 것 자체가 현재 시점이거든요. 자연 복원을 하게 되면 한 80.90%는 자연적으로 회복이 될 거고, 10% 정도는 조금은 인간의 힘을 필요할 거다···"
연구팀과 환경단체들은 고운사 사찰림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산불 피해 강도 분포와 토양 안정성, 자연 회복탄력성 등을 조사할 계획입니다.
마찬가지로 산불 피해를 입었던 야생동물들이 자연스러운 숲 복원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도 추적, 관찰합니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모든 식물의 (씨앗) 80% 이상을 야생동물들이 옮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어떤 야생 동물들이 여기에 살고 있는지를 파악하게 되면 그 숲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 숲이 얼마나 건강하게 회복할 것인지를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죠."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숲의 자연 회복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국내 산림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다는 목표입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
"벌채라든지 인도 조성이라든지 그리고 조림, 숲 가꾸기, 이러한 것들은 사실은 예산을 들여서 오히려 숲을 망치는 그런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우리나라 산림 관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도 있겠다···"
사람의 손이 아닌 자연에게 맡긴 선택이 산불 피해지 복원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꿀지 주목됩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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