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대구에서는 미술대전 수상작 전시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2년 전 상을 받았던 작품이 작가와 색만 바뀐 채 다시 상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변예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나무에 ‘인덕만리’ 네 글자가 새겨졌습니다.
"사람의 덕은 만 리가 간다"는 뜻입니다.
2025년 대구미술대전 서각 부문 입선작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 2023년 다른 작가가 대구 공예대전에 출품해 상을 받은 작품과 유사합니다.
달라진 건 작품에 새겨진 이름과 색깔뿐입니다.
알고 보니 두 작가, 부부였습니다.
남편의 작품에 아내가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색을 다시 칠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부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
원작자인 남편은 취재진에게 "아내의 작가 활동 내역을 만들기 위해 아내 모르게 출품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동의를 받고 아내가 연습 삼아 수정한 작품이라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최 측은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습니다.
해당 작품은 전시에서 제외됐습니다.
주최 측은 수상을 취소할 방침입니다.
작품의 독창성도 인정할 수 없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1·2차 심사를 거쳐 당선작을 선정했지만 서각 전문 심사위원이 1명이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노인식 대구미술협회 회장▶
"철두철미하게 검증하고 앞으로 큰 시스템을 좀 더 개발해서 진짜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보완하겠다"
예술계는 작가의 일탈과 부실한 심사가 만든 상식 밖의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주강 한국서각협회 고문▶
"어디서 한 번 냈던 건지 이런 걸 밝히기 위해서 표절인지, 글씨가 오자인지 아닌지 그런 것도 다 검수를 하거든요··· 공모전이 지금 너무 저질로 낙후됐다고 봐야 하죠."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표절 등을 가릴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MBC 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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