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 무더위에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폭염에 따른 물가 상승을 뜻하는 '히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박 한 통 값이 3만 원을 넘고, 다른 채소 가격도 급등했는데요.
바닷물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어획량이 줄어 수산물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소비자 부담이 커지자 정부도 일부 품목의 공급 조절에 나서는 한편 국산 농축산물을 할인 판매하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시작했는데요.
정부·여당은 단기 대책뿐만 아니라 중장기 대책 마련에도 나섰습니다.

수박 한 통에 3만 원 넘고..배추·무 값도 20% 넘게 올라
7월 16일 대구의 한 대형 마트를 찾았습니다.
초복을 앞두고 수요가 많은 수박을 2만 원대에 할인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정호/대구시 효목동▶
"많이 올랐네요. 지난주에 한 2만 원쯤 할까 했는데 3,4천 원 올랐네. 손자도 온다고 하니까 방학 맞아가지고. 뭐 준비 하나 하려고..."
수박만 아니라 다른 채솟값도 불과 일주일 만에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7월 15일 기준 배추 상품 1포기가 4,569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22.5% 올랐습니다.
무도 상품 1개 기준 2,449원으로 일주일 만에 21% 뛰었습니다.
여름철 수요가 많은 생닭 값도 올랐습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7월 15일 기준으로 삼계탕용으로 많이 쓰는 60호 1마리가 3,680원으로 7월 1일 대비 27.7% 올랐습니다.
소비자 부담도 커졌습니다.
◀황영옥/대구시 만촌동▶
"작년보다는 많이 한 20% 정도? 계산하는 데서 더 나온다고 보면 되죠. 조금만 담으면 5만 원, 조금 더 담으면 10만 원은 그냥 기본으로 나오니까"
히트플레이션 현상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 물가동향에서도 확인됩니다.
통계청이 7월 2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해 완만한 오름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품목별 등락률을 보면, 여름철 기상 여건에 영향을 많이 받는 축산물과 수산물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라면과 햄, 커피 등 가공식품과 전기·가스·수도 등도 전반적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물가 상승은 이른 무더위로 인한 가축 집단 폐사로 계란·육류 등의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수산물 또한 고수온으로 어획량이 감소한 것에 따른 것입니다.

폭염·호우 겹치며 수급 불안정..정부, 일부 품목 공급 확대하고 할인 행사 지원
농림축산식품부는 급변하는 날씨로 농축산물 수급 상황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며 수급 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름철은 연중 가장 높은 농산물 가격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시작되면서 수박, 배추와 같은 일부 농산물의 가격 상승도 예년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집중호우나 폭염, 가뭄에 대비해 피해 방지 대책을 세우는 한편, 배추의 경우 생산량 감소에 대비해 정부 가용 물량을 도매시장 등에 공급해 출하량을 관리할 계획입니다.
수박은 폭염에 따른 수요 증가와 출하 지연으로 작년보다 가격이 올랐다며, 7월 하순부터는 수요가 다소 줄고 작황이 좋은 지역에서 출하 물량이 늘어 수급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계절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닭고기는 수입산이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 순차적으로 공급되면서 수급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할인 행사도 합니다.
7월 17일부터 8월 6일까지 3주간 정부 지원으로 전국 1만 2천여 개 대형·중소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국산 농축산물을 최대 40% 할인 판매하는 여름 휴가철 농축산물 특별 할인 행사를 합니다.
전국 130개 전통시장에서는 별도로 8월 4일부터 9일까지 국산 농축산물을 사면 온누리상품권으로 최대 2만 원까지 환급해 줍니다.
또 식품기업과 유통업체 주관으로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라면, 빵, 김치, 아이스크림, 주스, 삼계탕 등 가공식품을 최대 50% 할인하는 행사도 추진합니다.

정부·여당 "히트플레이션 중장기 대책 추진"
전문가들은 이런 히트플레이션은 단순한 일시적 가격 상승이 아닌 기후 변화가 가져온 구조적 문제고, 장기적 추세라며 생산과 수급 체계의 기후 적응력을 높이는 중장기 전략과 함께 특정 품목에 대한 수입 다변화와 비축 확대 등 실질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점점 심해지는 시나리오에서 한국은 2035년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지금보다 0.5~1.5% 포인트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2024년 한국은행 연구에서도 국내 기온이 월평균 1도 오를 때마다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최대 0.44% 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는 최대 0.07% 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정부·여당도 지난 7월 15일 폭염 상황과 관련해 실무당정협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정이 폭염 피해에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국민 장바구니가 가벼워지고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히트플레이션도 단기적 대응을 넘어 중장기 전략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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