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래된 식당, 이른바 노포를 일부러 찾아가는 미식 관광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때마침 경북 상주시가 30년 이상 된 식당을 엄선해 노포 맛집으로 인증하고, 마케팅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경북에선 첫 시도입니다.
홍석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 상주시 외곽 한적한 국도변에 위치한 석쇠 구이 전문 식당.
빨갛게 달궈진 숯불 위에 잘 양념 된 돼지고기 석쇠가 오르고, 우리 밀로 만든 칼국수까지 알맞게 소분되면 때맞춰 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합니다.
1990년 7월 문을 열어 2025년으로 36년째.
어머니가 시작한 국도변 작은 포장마차는 아들로 대를 이어, 이젠 상주에서도 손꼽히는 맛집이 됐습니다.
◀유용진 경북 상주 돼지 석쇠 구이 전문점▶
"계속 서서 손님이 많이 올 때는 3시간을 그냥 움직이지도 못하고 여기만 왔다 갔다 하며 고기를 구우니까··· 어머니 이어서 하는데 제일 힘든 것이 고기 굽는 거예요. 얼마나 힘들었겠어, 나이 70이 넘도록 했으니까···"
이렇게 30년 이상 한자리에서 같은 메뉴를 고집해 온 식당, 이른바 '노포'가 상주에만 56곳이나 됩니다.
상주시가 이런 노포들의 역사성을 지역 정체성의 한 갈래로 인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노포 맛집 지원 조례'를 경북에서 처음 제정했습니다.
생활 공간 속에서 주민들 사이에 공유된 노포에 대한 기억이 세대를 거쳐 계승된다는 면에선 지역 고유의 문화 자산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김호 상주시의원 '노포 맛집 조례' 발의▶
"그분만의 철학이 스토리가 담겨 있는 그런 부분이 노포 맛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후관리를 통해서 노포 맛집의 명맥을 유지하고 지역의 관광자원으로도 적극 활용해서···"
노포 맛집 인증 대상은 일단 30년 이상 영업한 곳이어야 합니다.
매각 등으로 주인이 바뀌면 식당의 역사성이 끊겼다고 보고 인증이 취소되지만, 직계 비속이나 배우자, 또는 10년 이상 근무한 종업원이 인수한 경우 인증이 유지됩니다.
◀이하국 상주시보건소 보건위생과장▶
"지금 3대째 이어온다든지 같은 음식을 오래 했다든지 이런 유명한 음식점들이 상주시에 상당히 많습니다. 잘 정리해서 홍보한다면 지역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존의 모범음식점이나 안심식당 제도가 위생 측면에 중점을 뒀다면, 노포 맛집 인증은 경험과 서사를 중시하는 최근의 미식 수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유용진 경북 상주 돼지 석쇠 구이 전문점▶
"노포가 어쨌든 30년 40년 50년 가야 되는데?" "아이들하고 의논을 한 번 해봐야지. 의논해서 누구라도 물려받는다고 그러면 물려주려고. 그래도 오래 했다고 어머니는 항상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내가 하면서 끝나면 섭섭하잖아요···"
MBC 뉴스 홍석준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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