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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곰팡이 씻고 벌레는 털고"···'치매 어르신' 식탁에 오른 불량 식자재

손은민 기자 입력 2025-07-02 20:00:00 조회수 5

◀앵커▶
경북 경산의 한 노인복지시설에서 급식에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고 곰팡이 핀 식자재를 쓴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시설을 이용하는 어르신들 대부분은 고령에 치매를 앓고 있어 음식이 이상하거나 탈이 나도 알아채기 힘든 분들입니다.

손은민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떡에 노랗고 푸른곰팡이가 가득합니다.

검게 변한 바나나에선 벌레가 기어다닙니다.

두부는 누렇게 색이 변했고, 냉동고엔 유통기한이 10개월 넘게 지난 만두와 제조 일자를 알 수 없는 떡이 쌓였습니다.

모두, 경북 경산의 한 주간보호센터 급식실에서 쓰인 식재료들입니다.

◀김 모 씨 ○○주간보호센터 전 직원▶
"(곰팡이 핀) 그 떡을 쪄서 내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손으로 잡았는데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 거예요. 바나나를 내라고 들고 왔는데 아··· 요양사도 그렇고 우리도 보고 이건 아니다···"

떡은 씻은 뒤 다시 찌고, 바나나는 갈아서, 냉동 만두는 만둣국으로 끓여 어르신들 식탁에 올렸다고 폭로했습니다.

직원들은 시설장이 매번 어디선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거나 오래된 식자재를 가져온다고 말합니다.

중고 거래 앱에서 무료로 나눔하는 반찬을 얻어와 식사로 낸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박 모 씨 ○○주간보호센터 전 직원▶
"얻어왔는지 도라지 그런 것도 가지고 오고 나물도 무친 거 가져오고···"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재가노인복지시설은 급식을 제공하는 경우 영양사의 지도를 받아 작성한 식단에 따라 위생적으로 조리해서 내야 합니다.

이 시설에 다니는 어르신은 20여 명.

식사 후 설사를 하고 복통을 앓거나 장염에 걸리는 날도 잦았는데, 대부분 고령에 기저질환이 많고 치매를 앓고 있어 '그 정도는 아플 수 있다'라고 여겨졌다고 말했습니다.

◀김 모 씨 ○○주간보호센터 전 직원▶
"이런 걸 내면서 매일 죄짓는 기분인 거예요. 어르신들은 한 끼 못 먹고 한 끼 이상한 거 먹으면 탈이 나거든요. 잠깐만 안 봐도 상태는 급격히 나빠지시거든요."

주간보호센터 대표인 시설장 몰래 음식을 버리고, 사비로 재료를 사와 밥을 짓기도 한 일부 직원은 결국 증거를 모아 신고했습니다.

해당 시설장은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불량한 식자재를 쓴 적이 없고 보건소가 안내한 식단에 따라 시설에서 조리한 음식만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업무 미숙으로 계약 종료 후 나간 직원이 허위 사실로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산시와 보건 당국도 관련 민원을 받아 이 노인복지시설이 불량 식자재를 썼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장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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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민 hand@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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