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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에도 '근거 없어' 지원 제외···불탄 우체국·'잿더미' 된 예술 작업장

김서현 기자 입력 2025-05-19 07:40:00 조회수 5

◀앵커▶
대구 함지산 산불 피해에 대해 지자체는 지원이 가능한지 검토에 들어갔는데요.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경북 산불 피해 지원은 어떤 상황일까요.

산불로 하룻밤 사이 재산을 잃었지만 기존 법과 규정에는 지원 근거가 없어 복구하는 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화마가 안동을 향했던 지난 3월 25일,

60년 된 안동 남선우체국도 손쓸 새 없이 타버렸습니다.

◀현장음▶
"119 온대, 지금"

철거 작업 끝에 남은 건 튕겨 나온 금고 비밀번호 입력판뿐.

작은 농촌 마을에서 우편과 택배 업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우체국이어서, 주민들은 더욱 안타까워했습니다.

◀권금남 안동시 남선면▶
"택배 보낼 곳이 여기밖에 없어요. (남선)우체국밖에 없어요, 이 지역에는. 그리고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시내로 갖고 가고 차편이 별로 좋지 않아요. 심지어 글자를 못 읽는 분도 태반이에요. 그런 분들에게 직접 고지서도 써주고···"

지금은 동네 작은 건물을 빌려 임시로 운영되고 있지만, 두 달이 가깝도록 아직 복구 지원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우체국은 과거 정부가 우체국을 운영할 수 없었던 지역에 민간인이 사비로 건물을 짓고, 우정 서비스를 대신 제공해 온 '별정우체국'입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민간 소유 건물이어서 별정우체국법상 사회재난에 대한 지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안동시는 정부 부처에 소속된 공공시설이라는 이유로 지원이 어렵다고 난색을 보인 겁니다.

처음에는 철거조차 지원받을 수 없었는데, 민간의 도움을 받아 겨우 건물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민우 안동 남선우체국장▶
"공공서비스를 하던 저희 우체국 입장에서는 어디에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건 너무 불합리하고, 이런 재난에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이런 건 하루속히 법 개정을 통해서 저처럼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건물을 재건축할 때 관련 법령 범위에서 지원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재건축 지원은 어렵고 사무 집기류 정도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화기에 녹아 폭삭 주저앉은 건물 주변으로 그을린 조각 작품들만이 남아 있습니다.

안동시 남선면 한 조각가의 작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6월 전시회에 소개할 작품은 물론이고, 조각을 위한 재료와 도구, 딸의 그림까지 산불 속에 검은 흔적만 남기고 타버렸습니다.

◀ 이상무 전 경국대 미대 교수▶
"40년 동안 해서 만들어 놓은 조각 작품들이 다 전소가 되고 파괴가 됐거든요. 작업 재료나 도구가 없으니까 지금 빈손으로 그냥 제 개인 승용차 안에서 작업을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는 실정이에요."

하지만 이 작업장에 대한 어떠한 복구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상적으로 재산세도 내고 있었고, 이번 산불 피해 확인서도 발급받았지만 건축물대장상 실거주하는 건물이 아닌 교육 연구 및 복지시설로 등록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무 전 경국대 미대 교수▶
"(지원금 받으면) 창작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정도는 마련이 안 되겠나 해서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10원 한 푼 없이 지원이 안 된다'라고 얘기해서 조금 당혹스럽긴 하죠."

유례없는 재난 앞에서, 기존 제도로는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습니다.

더 유연하고 촘촘한 지원체계 마련이 요구됩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 # 대구 함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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