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포항 사회 대구MBC NEWS

산불 피해지 '재선충병 확산' 우려···청송·영양 '비상'

홍석준 기자 입력 2025-05-12 07:30:00 조회수 5

◀앵커▶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선 생명체가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소나무재선충병 매개 곤충은 오히려 산불 피해지에서 10배 이상 급속도로 확산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경북 산불 피해지와 그 주변에 대한 재선충병 대책이 시급합니다. 

홍석준 기자입니다.

◀기자▶
8년 전 이맘때쯤,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과 함창읍 경계에서 큰 산불이 났습니다.

농사 폐기물을 태우다 시작된 불로 이틀 만에 86헥타르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고, 60대 등산객 한 명도 숨졌습니다.

◀이재호 마을 주민 (2017년 5월 8일)▶
"짜작 소리가 나면서 (불씨가) 저쪽에 날아가고 (불 끄러) 저쪽으로 가면 이쪽으로 날아가고 감당 못 해요. 동네가 보이질 않았어요, 연기가 꽉 차서···"

다시 찾은 산불 피해지.

검게 탄 산불 흔적은 사라졌지만, 대신 잎이 붉게 변한 재선충병 감염목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산불 발생 지역에서 제법 떨어진 지역에서도 이렇게 잎이 누렇게 물들어 말라죽은 소나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상주 산불 피해지역의 재선충병 매개충 밀도를 2년에 걸쳐 조사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산불이 닿지 않은 지역에 비해, 산불 피해지의 매개충 밀도가 최대 14배 높았습니다. 

피해가 심할수록 밀도는 올라갔고 1년이 지나면 산불 피해가 미미한 지역에서도 매개충 밀도가 13배나 급증했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는 죽은 나무속에 알을 낳는데, 산불로 고사목이 늘어나자 이곳을 거점 삼아 산란과 이동을 거듭하며 재선충병을 확산시킨 겁니다.

◀남영우 산림과학원 병해충과 박사▶
"산란을 하기 위해서는 '후식'이란 걸 하거든요. 숲이 다 타버린 건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후식을 하기 위해서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고) 또 밀도가 올라가면 더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역대 산불 피해지와 전국의 재선충병 고사목의 위치정보를 겹쳐보면 결과는 더 확연합니다.

전국의 재선충병 감염목은 과거 산불 피해지로부터 2km에서 5km 떨어진 지역에 몰려 있고, 8km 이상 멀어져야 겨우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미 나무속에 자리 잡은 솔수염하늘소 유충은, 산불이 휩쓸고 지나가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피해를 키웁니다.

최근 산림 당국의 안동 산불 피해지 조사에서도 불에 탄 소나무 속에서 솔수염하늘소 유충들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남영우 산림과학원 병해충과 박사▶
"나무가 탔다고 해서 그 속까지 다 타지는 않아요. 겉은 탔지만 그 안쪽에서는 생존을 하고 실제로 거기서 우화 돼서 나올 수 있습니다."

4월 현재 경북의 재선충병 감염목은 85만 그루로, 지난해 같은 시기 40만 그루의 두 배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그나마 청송과 영양은 재선충병 피해가 미미한 청정지역으로 분류돼 왔는데, 이번 산불로 재선충병의 습격에 새롭게 노출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홍석준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그래픽 오동규)

  • # 재선충병
  • # 산불 피해
  • # 감염목
  • # 재선충
  • # 국립산림과학원

Copyright © Daeg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