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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집 잃은 농민들 다시 마을로···"농민은 곡식 봐야"

엄지원 기자 입력 2025-04-14 07:30:00 조회수 3

◀앵커▶
산불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들이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마을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시주택 설치가 늦어지면서 이재민 대부분은 경로당 신세를 지거나 시내까지 출퇴근하면서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엄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봉춘 할아버지는 오늘도 어김없이 밭으로 향합니다.

화마가 비껴간 비닐하우스 안, 손주 같은 모종들이 할아버지를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팔십 평생 땅만 보며 일궜던 삶의 터전이 잿더미가 된 지 벌써 4주째입니다.

◀이봉춘 산불 피해 농민▶
"건진 건 하나도 없어. 숟가락 하나도 못 건졌잖아"

경로당에서 같은 처지의 주민들과 함께 먹고 자며 상실의 아픔을 견디고 있습니다.

◀이봉춘 산불 피해 농민▶
"집이 아무래도 불이 탔기로 집이 또 여기고 도저히 (대피소에는) 불편해서 못 있어. 내가 여기 와서 첫날 자던 날은 내 집에 자는 것 같더라고요."  

평생 살던 집과 마을이 잿더미가 된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상처지만 주민들은 마을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날의 악몽에 떠나고 싶다가도, 농민에게 들은 곧 삶의 자리입니다.

◀이재연 산불 피해 농민▶
"갈 데도 올 데도 없고 진짜로··· 와도 계속 불났다는 거만 보이지 깜깜한 게 섬찟한 생각도 들고 너무너무 무서워요. (그래도) 저 들에 곡식을 봐야 해요, 농민은. 집은 다 타도 할 수 없이 농사는 지어야 하고 하니까···"

생업을 지키기 위해 대피소를 나와 마을 경로당에서 생활하고 있는 농민은 안동 지역 7개 면에만 500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경로당도 수용 인원에 한계가 있어 젊은 농민들은 시내의 임시 거처에서 머물며 왕복 한 시간 거리로 밭일을 나옵니다. 하나 남은 밭과 논에 기대어 버티는 요즘.

◀산불 피해 농민▶
"시내에서 여기까지 왔다 갔다 하고, 어제 (새벽) 3시 반, 오늘은 4시 (밭에 나왔어요.) 여기 희망이죠, 이게··· 이거 없으면 진짜 막막할 거 같아요."

이번 산불로 경북 5개 시군에서 4천2백여 채의 주택이 불에 탔고 아직 2천여 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임시주택 공급은 아직 멀었습니다.

3천 동에 달하는 임시주택 가운데 상당 부분 부지 확보는 마쳤지만, 절반 이상이 아직 기반 시설 조성을 위한 기초공사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영농철을 맞아 다시 들로 향하고 있지만, 주거 불안은 여전히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MBC 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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