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으로 정국은 안정을 되찾았지만,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북부 주민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재난 발생 직후보다, 보름 정도 지난 이맘때쯤 트라우마가 나타난다며 주변의 따뜻한 격려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조언합니다.
이도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대통령의 파면으로 정국이 안정을 되찾았지만, 경북 북부 이재민들의 마음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화마를 피해 집을 떠난 지 벌써 보름째.
좀 더 좋은 시설로 임시 거처를 옮겨준다 해도, 집이랑 가까운 체육관이 낫습니다.
매일 밥을 줘야 하는 강아지, 타다 남은 논밭에라도 뿌려야 하는 모종, 몇 푼이라도 벌기 위해 출근해야 할 일터를 생각하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겁니다.
◀정복철 안동시 남선면▶
"(집 앞에) 컨테이너라도 하나 해주면 내가 거기서 어떻게··· 나도 좋고 한데, 당장에 안 된다 하잖아요 시에서도··· (강아지가) 살아있는 걸 어떡해, 한 번씩 이상은 보고 와야 하는데"
◀권정자 안동시 남선면▶
"그나마 여기서는 옥동에 일하고 하니까 내가 걸어 다녀도 되고··· 나이 70 넘었는데 조금이라도 벌어서 생활에 (보태야죠)"
시간이 흘러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극심한 불안감은 엄습해 옵니다.
다행히, 이재민들의 손을 잡아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손순태 안동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사-안동시 길안면 이재민▶
"아저씨 살린다고 (내가) 등을 떠밀어주는데 제가 힘을 더 못 쓰겠는 거야. 힘들었어요. 아휴··· 말도 다 못하지···"
숨을 깊게 쉬고 근육을 이완하는 법도 알려줍니다.
◀전병윤 안동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사▶
"불안하니까 호흡 속도도 빨라지고 불안도가 더 높아지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복식 호흡 방법을 지금 알려드릴 거예요."
지금까지 경상북도의 마음안심버스와 지자체 보건소 등을 통해 심리 치료를 받은 이재민은 3천 명 가까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불난 직후보다 지금이 더 위험한 시기라고 조언합니다.
반려동물 또는 가축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거나 집이 화재에 휩싸인 충격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데, 현실 인식을 마친 이맘때에 증상이 더 심해진다는 겁니다.
◀최화영 안동시보건소 정신건강팀▶
"점점 불안도나 우울감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모두들 정신없다가 지금 이것이 계속 대피 생활, 이재민 생활이 반복되니까 많이 힘들어하시고···"
산불 피해 일부 지자체들은 조기 상담을 통해 고위험군 또는 주의군으로 분류된 시민에 대해 사후 관리를 이어 가는 한편, 산불 재와 연기 속에서 며칠을 보내야 했던 도심 주민들에 대해서도 산림욕과 같은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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