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교육부가 AI 교과서 도입 여부를 학교 재량으로 결정하도록 한 가운데, 경북교육청은 각 학교에 AI 교과서 도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북 도내 학교 40% 이상이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새 학기 개학을 불과 한 달 앞두고 급작스럽게 진행되다 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선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도은 기자입니다.
◀기자▶
2025년 상주의 한 중학교에 입학하는 오유찬 군.
유찬 군이 입학할 학교는 최근에서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영어 과목에 AI 교과서를 도입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AI 영어 교과서 샘플을 미리 체험해 봤습니다.
스피커 표시를 누르자 원어민 음성이 나오고 답을 정하자 자동으로 채점이 됩니다.
학생이 느낀 AI 교과서는 어땠을까.
◀오유찬 상주시 예비 중학생▶
"너무 혼자 하는 느낌이라 재미없었어요. 학교에서 수업하는 게 (아니라) 약간 스터디 카페에 온 느낌이···"
학부모는 스마트폰에 이어 AI 교과서까지, 자녀의 전자 기기 과몰입으로 시력 저하와 같은 성장기의 건강이 우려됩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학교에 전달할 창구는 없었습니다.
◀이은주 상주시 학부모▶
"저희 아이는 예비 중1이다 보니까, 학교 운영에 관한 건 전혀 저희 예비 학부모 (의견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따라가야 하는 거죠. 일방적으로···"
교사가 교과협의회에서 정한 교과서 도입 여부와 출판사 순위를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 안내하는데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고 있습니다.
◀정다은 참교육학부모회 경북지부장▶
"디지털 교과서가 아니라 페이퍼 교과서만 올린 거예요. '이게 디지털 교과서로 나올 예정입니다'라고··· 그러니까 정말 충분한 설명이고 뭐고 실물조차 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심의가 진행이 된 거죠."
일부 학교에선 교과협의회 차원에서 반대한 AI 교과서 도입을 교장이 "자신의 재량으로 결정하겠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경우도 확인됐습니다.
지금까지 AI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경북 도내의 학교는 초등학교 196곳을 포함해 모두 384곳.
경북 도내 학교의 약 40%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불투명한 선정 과정에, 수업 방식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AI 교과서 도입을 결정한 학교는 종이 교과서와 함께 써야 하는데, 두 교재를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권용수 전교조 경북지부 지부장▶
"한 수업 시간 안에 이것도 쓰고, 이것도 쓰고 다 할 수 없으니까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사실상 두 가지 중의 하나는 버려지게 되는데 거기에 대한 예산 낭비···"
경북교육청은 전 학생을 대상으로 태블릿 PC를 보급해 디지털 교육 환경을 조성한 데다 교사 연수 등 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류시경 경북교육청 창의인재과장▶
"2025년 AI 디지털 교과서가 적용되는 교과와 해당 학년 선생님을 중심으로 해서 전체 대상의 연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학교 관리자, 교육 전문 직원,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도 다양한 연수를···"
경북 초3, 4학년과 중고등 1학년의 영어, 수학, 정보 AI 교과서에 투입될 한 해 구독료는 86억 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만큼의 교육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그래픽 도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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