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 최대 금강소나무 군락지인 경북 울진 소광리에는 자란 지 600년이 넘은 대왕 소나무가 있는데요, 이 나무가 2024년부터 가지와 잎이 급격히 마르더니 고사하기 직전입니다.
뿐만 아니라 군락지 곳곳에서 아름드리 금강소나무가 집단으로 고사하고 있는데, 이상 고온과 가뭄에 의한 기후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합니다.
장성훈 기자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조선시대부터 최고의 소나무로 쳐 왕실에서 직접 관리해 온 국내 최대의 울진 금강소나무 군락지입니다.
3천5백여 헥타르, 여의도 면적의 13배인 금강소나무 숲이 펼쳐진 산 정상부,
600년 이상 된 대왕 소나무가 높이 14미터의 웅장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 전체가 바싹 말라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고사하기 직전입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특유의 푸르름은 완전히 사라졌고 잎과 가지도 많이 손실됐습니다.
바로 아래쪽에서도 백 년 이상 된 금강송 7그루가 이미 죽어 쓰러졌습니다.
4킬로미터 떨어진 인근 산 중턱, 역시 잿빛 나무들이 눈에 띕니다.
숲으로 들어가 봤더니 금강소나무 5~6그루가 처참하게 말라 죽었습니다.
고사목들은 수령 100년이 넘은, 보존 가치가 높은 큰 나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실제 피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는 얘기입니다.
◀이진수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 임업 사무관▶
"2022년도에 울진과 (인접한) 봉화에 있는 5개 면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약 6천 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금강소나무의 집단 고사는 10년 전, 2015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울진 소광리를 시작으로 봉화와 삼척을 거쳐 지금은 설악산과 태백산 등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따라 번지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공단 조사에서는 앞으로 설악산의 금강소나무는 47%, 치악산과 태백산에서도 40%가량이 고사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집단 고사의 원인은 기후 위기에 의한 이상 고온과 가뭄, 이른바 기후 스트레스입니다.
◀박고은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극심한 가뭄과 이상 고온에 노출되면 광합성 능력은 떨어지는 반면 호흡을 통한 탄수화물의 소비량이 증가해서 생존에 필요한 생리적 과정에 사용할 탄수화물이 고갈돼서 나무가 죽게 됩니다."
실제로도 고사목은 수분이 부족한 산 정상부, 고온인 남쪽, 상대적으로 기후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큰 고목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4년 겨울에는 수세가 약해진 대형 금강소나무 2백여 그루가 폭설에 뿌리가 뽑힌 채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
"GIS(지리정보체계)를 돌려보면 해발 약 500m에서 1,000m 사이에 상대적으로 높은 고도에서 93%가량의 고사가 나타나고"
이렇다 보니 울진 소광리를 대표하는 5백 년 소나무와 못난이 소나무 등 유명세를 얻은 고목들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현장 조사를 진행한 녹색연합은 금강소나무의 고사 실태와 고사 양상을 정밀 조사하는 등 체계적인 연구와 특별 관리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MBC 뉴스 장성훈입니다. (영상취재 양재혁, 화면 제공 녹색연합, 그래픽 최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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