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이 1년째 임금 수천만 원이 체불됐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체에서 하청을 받아 현장 팀장 역할을 하며 이들을 데리고 일하던 개인업자가 돈을 주지 않고 잠적해 버렸기 때문인데요.
노동 당국도 사라진 업자가 체불 사실을 확인해 줘야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사건 처리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머나먼 타국 땅을 찾은 이주노동자들은 혹시나 돈을 받지 못하게 될까 봐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대구 아파트 앞에 붙은 현수막 "이주노동자 임금을 떼먹지 말고 줘라"
지난 10월 중순, 대구시 수성구의 아파트 건설 현장 앞에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아파트 멋지게 잘 지었다. 이주노동자 15명 꺼 임금 지불하라"
"이주노동자 임금 떼먹지 말고 줘라."
곧 분양을 앞둔 이 아파트에 어떤 사연이 있어서 이런 현수막이 붙었을까요?
현수막을 내건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박순종 목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박 목사에 따르면 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15명은 2023년 10월부터 12월 사이 임금 약 7,400만 원이 체불됐다고 합니다.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1,100만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 이주노동자는 집에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임금 684만 원을 받지 못하고 지난 12월 18일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원청업체·하도급업체 "공사대금 줬다"···'팀장' 역할 하던 B 씨는 잠적
이주노동자들은 결국 전문건설업체 대표와 현장 팀장 역할을 하던 B 씨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로 고소했습니다.
이 현장에서는 원청업체인 주택건설업체가 콘크리트·철근 공사를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 줬고, 이 업체는 다시 팀장 역할을 하던 개인업자 B 씨에게 일부 공사를 맡겼습니다.
건설업체들은 공사대금을 줬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B 씨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B 팀장은 건설 현장에서 속칭 '오야지' 역항을 했던 사람입니다.
'오야지'는 아버지를 뜻하는 일본어이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각 공정별로 10~20명의 팀원을 데리고 공사를 진행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밀린 임금을 줘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은 팀장 B 씨라고 밝혔습니다.
B 씨는 그러나 현재 종적을 감춘 상태입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이럴 때 바로 위 단계에 있는 전문건설업체가 B 씨와 연대해 체불 임금을 주도록 책임을 지울 수 있지만 문제가 또 생겼습니다.
노동청은 체불 금액이 얼마인지 확정되지 않아 사건 진행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 "개인업자가 (노동청에) 나와서 본인이 예를 들어서 원청에 얼마를 돈을 받았는데 그중에 원래 얼마를 근로자한테 나눠줬어야 하는데 자기가 얼마를 안 나눠줬다 이게 와서 진술이 확인이 해야 해요. 그게 확인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처리가 불가능하거든요."
체불임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대지급금 제도 역시 체불액이 확정되지 않아 활용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1년째 체불된 임금···이주민 선교센터 "원청업체가 먼저 지급하고 B 씨에게 돌려받으면 될 것"
이주민선교센터는 출퇴근 대장을 보면 누가 어느 정도 일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잠적한 B 팀장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고통만 커진다는 겁니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 "원청에서 이주 노동자들에게 먼저 돈을 지급하고 나중에 개인업자가 나타나면 원청에서 개인 업자한테 돌려받으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서 관련 당사자들이 서로 책임을 떠 미루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도 했습니다.
노동청은 달아난 B 씨를 전국에 수배했지만 언제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는 사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먼 타국 땅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 # 팀장
- # 이주노동자
- # 임금체불
- # 건설업체
- # 임금
Copyright © Daeg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